식품업계가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식료품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 정초부터 커피·음료 가격이 오른 데 이어 설 연휴 직후에는 된장·고추장 등 장류 가격까지 뛰었다. 정부가 나섰지만 좀체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 인상 러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CNB=전제형 기자)
#1 현황 줄줄이 인상 러시
매일유업과 동원F&B는 새해 첫날부터 캔 등 원부자재 상승을 이유로 편의점 캔커피 가격을 인상했다.
커피 전문점 1위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달 13일부터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를 포함한 일부 음료 가격을 100~400원 인상했으며, 인스턴트 커피 1위 동서식품도 지난달 14일부터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원두커피 제품 가격을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설 연휴 직후인 3일부터 된장·쌈장·고추장 가격을 평균 9% 인상했다. ‘태양초골드고추장 1kg’의 가격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7500원으로 9.4%, ‘태양초골드고추장 200g’은 3150원에서 3400원으로 7.9% 올랐다.
대상도 오는 7일부터 햇살담은 간장·순창 고추장 등 장류 전 제품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할 예정이다.
설 장바구니 물가는 유지했지만 설이 끝나기 무섭게 가격을 올린 것이다. 가공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측은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해 1년 만에 장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소비가 많은 명절에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절 이후로 가격 인상 시점을 정했다”고 말했다.
#2 이유 글로벌 수급 악화
이처럼 식음료업계가 식료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이유는 원재료 가격과 함께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ICE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은 파운드(약 454g)당 2.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10년 만에 최고가로, 같은 해 연초 대비 2배로 치솟았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원두 산지인 브라질의 가뭄·서리 등 이상기후 현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믹스 원료인 야자유도 같은 기간 54.8%, 설탕은 16.7% 올랐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이어지고 있어 원재료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추장 원재료인 쌀값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인상됐다. 식품업체들이 한국쌀가공식품협회를 통해 사들이는 쌀의 가격은 지난해 kg당 1000원에서 올해 초 1400원으로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쌀(20kg) 가격은 5만2380원을 기록, 평소 대비 약 15% 올랐으며 붉은 고추(10kg) 가격도 6만2080원으로 약 10% 인상됐다.
#3 대응 규제완화 등 정부 지원
이처럼 물가가 치솟자 정부는 주요 식음료기업에 물가 안정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소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린 식품기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가공식품 물가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정부 차원에서도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업계 또한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단기적인 금융·세제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 차원에서 업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적극 발굴·추진하겠다”며 가공식품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4 앞날은 인상 계속될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음료업체들의 식료품 가격 인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19 장기화를 비롯해 세계기후변화에 따른 수급차질, 환율 상승요인 등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인건비와 물류비 역시 최저임금 상승과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운송 선박 문제로 비용이 늘어나 제반 비용 상승에 따른 식음료업체들의 가격 인상 조치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