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해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문제, 최근 석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 등 대선 변수가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윤 후보의 말이나 정책대응을 김 위원장이 직접 조절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 “내가 그립을 잡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립 잡을 거냐 의심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지금부터는 모든 것을 내가 직접 관리하려고 한다. 메시지나 모든 연설문이나 전부 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의 메시지 전략과 관련해 “후보 비서실이 후보 성향에 맞춰서 메시지를 만들다 보니 그렇다. 선거 때는 후보 성향에 맞추면 안 된다”며 “국민 정서에 맞춰서 메시지를 내야 하고, 그런 게 지금껏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의 메시지 방향에 대해 암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간 우리 선대위가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것도 사실 후보가 지방 찾아다니고 연설하고 메시지 내고 해도 별로 그렇게 크게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 점을 시정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여론조사 등에) 너무 그렇게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1월에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정상적인 경쟁 관계로 돌아온다고 확신한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여야를 넘나들며 이긴 선거든 졌던 선거든 늘 강조해온 선거판의 기본은 ‘말조심’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부터가 정부와 여당, 상대 후보를 향해 ‘미친 사람들’ ‘전과 4범’ ‘같잖다’ ‘무식한 삼류 바보들’ 등 대선후보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거친 말들을 쏟아냈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사실상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후보와의 불화로 선대위를 뛰쳐나온 이준석 대표가 최근 “윤 후보는 그런 발언만으로 이 후보 지지자들을 무시하는 셈이다. 그런 태도 하나하나가 중도층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쓴소리를 낸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아직 주목할만한 아젠다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대선’이라는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정부의 방역에 대해 그럴듯한 대안은 없고 그저 ‘K-방역은 허구’라고 목소리만 높일 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앞으로 모든 상황을 내가 직접관리하겠다”고 한 만큼, 신선한 정책대결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