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청년 자립 카페’ 전폭 후원
바리스타 교육 및 매장운영 노하우 전수
일 경험 기회 통해 협력카페로 취업연계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 하는 ‘자제의 시대’. 출타는 왠지 눈치 보입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갑니다. 재밌고 새롭고 어쨌든 신선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돕고 있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재능기부 카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학교’와 함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카페 그런, 날(Such a Day·그런 날)’을 열었다. 이번이 열두 번째(12호점)다.
영하 6도의 매서운 한파 때문이었을까? 트럭 뒤에서 택배 박스들을 하차하느라 분주한 쿠친(쿠팡친구) 외엔 인적이 뜸했던 지난달 28일 오전에 ‘그런 날’을 찾아가 봤다.
광명로의 굽이진 골목을 따라 입구에 들어서니 조그맣고 노란 불빛의 전구 4개가 환히 켜져 있고, 출입문 위로는 직사각형 바탕 안에 산돌명조체 문구의 검은색 간판이 걸려 있었다.
약 8평(27㎡) 정도 규모의 카페 내부는 언뜻 봐도 비좁아 보였지만 작업 공간(주방)과 고객 공간이 적절히 양분된 듯해 보였다. 특히 모든 구역에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납시설(붙박이장)이 들어선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하는학교는 학교 밖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직업 교육을 통해 취업 및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교육단체다. 일종의 청년 대안학교 같은 기능을 하는 셈으로, 크게 진로 활동을 하기 위한 시작점을 만드는 1단계 프로그램과 실제 취업을 한 뒤 해당 사업장에서 잘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2단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단계 프로그램인 ‘카페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3개월 동안 이수한 연평균 15명 내외의 청년 가운데 외부 카페에서 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내부에 수용하기 위해 그런 날을 조성했으며, 상호명은 삶이 조금 힘들게 느껴지는 날, 누군가의 위로나 공감이 필요한 날에 찾고 싶은 카페라는 의미를 담아냈다고 일하는학교 측은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는 청년 한 명이 일주일에 15~20시간 동안 상주하며 보조적 업무를 수행하는 바리스타 인턴십 과정을 밟고 있다. 실제 교육에 참여하며 직업적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사람을 대하는 방법,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방법, 계획하고 실천하는 방법 등을 터득 중이다.
일하는학교 측은 학생 한 명에게 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협력카페들로 취업을 연계하는 데까지 통상 4~5년가량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2% 아쉬운 점…사회적 지원 확대되길
다만, 이 같은 과정에서 일어나는 제도적 측면과 사회적 시선에서의 아쉬움도 존재했다.
이정현 일하는학교 사무국장은 CNB에 “기존 직업 교육 프로그램들은 단순하고 기간도 짧은 면이 없지 않다”며 “이러한 방식보다는 선생님 한 명이 3~4명 정도의 소집단으로 구성된 청년들을 최대 3년까지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자기 노력을 하면 일정한 삶은 유지할 수 있는 세상 아니냐. 청년들이 너무 게으른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며 “하지만 청년 가운데서도 고립된 상황 속에서 스스로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직 우리 사회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타벅스는 그런 날의 시설 및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고 부수적인 바리스타 교육, 매장 운영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이 사무국장은 “(스타버스 측이) 그냥 카페를 하나 만들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이 거의 모든 지원을 해줘 놀랐다”며 “커피머신, 냉장고, 조명, 냉난방, 수납공간 등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 리모델링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현재 그런 날은 일 평균 20건 안팎의 배달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온라인에 등록된 커피·음료는 약 21여 가지, 디저트는 12종이며 그중에는 직접 과일을 가공해 내놓은 수제 음료 등 그런 날만의 시그니처 제품도 포함됐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