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결국 사과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부인 김씨가 사과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발언이라 윤 후보 본인의 사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 후보는 김씨가 겸임교수 임용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써냈다는 논란에 대해 15일 오전 기자들에게 “겸임교수는 시간강사다. 시간강사는 (대학이)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 (겸임교수 임용을 위한) 공개 경쟁에 필요한 자료를 (대학이)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런 현실을 잘 보라. 저쪽(여권)에서 떠드는 것만 듣지 말라”고 항변했다.
김씨가 겸임교수 지원서류에 허위 경력을 쓴 것이 임용 절차를 위반한 것도, 누군가의 기회를 박탈한 것도 아니라는 논리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선대위 대변인은 “대부분의 대학은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서류를 제출받아 철저히 선발하는 절차를 진행한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이 발언이 있은지 불과 4시간만인 오후 3시 40분경 김씨가 서초구 자신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말하자 이를 전해들은 윤 후보도 한발짝 물러섰다
윤 후보는 오후 4시경 성동구 가온한부모복지협의회에서 다시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이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이 같은 사과는 김씨의 사과가 맞다는 취지이며, 윤 후보 본인이 사과한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번 일에 대해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가 배우자 허위 경력 논란에 무조건 방어막부터 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윤석열 표 공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 선대위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결성 초기라 김 씨가 기획이사 직함으로 비상근 자문 활동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게임산업협회에 몸담았던 관계자들이 이를 모두 부인하고 나섰고, 협회가 설립되기도 전에 김씨가 재임했다는 내용이 담긴 재직증명서가 공개되면서 허위 이력 의혹이 더욱 커졌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1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공보단과 법률지원단, 총괄상황본부, 후보 비서실이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지 못하고 제각각 대응하면서 사건을 키웠다”며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15일 기자들과 만나 “김씨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나름대로 정확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하루 이틀(검토해) 대략 뭐라는 게 나타나면 그걸 그대로 얘기를 할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