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1.12.15 09:27:18
1998년 조성된 김포국제조각공원을 가보면 두번 놀라게 된다. 한번은 다니엘 뷔렌, 줄리안 오피, 박헌열 등 세계적인 국내외 거장들의 조각 작품들이 30여 점이나 이곳에 전시돼 있다는 것에 놀라고, 또 한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도록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거의 방치돼 있었다는 점에 놀란다.
이곳에는 다니엘 뷔렌 외에도 장 피에르 레이노, 고조 니시노, 솔 르윗, 스스무 신구, 우제길, 조성묵, 줄리안 오피, 박상숙, 정대현, 김방희, 유영교, 신현중, 빔 델브와, 댄 그레이험, 조반니 안젤모, 김주호, 수이 지안구오, 박헌열, 스테판 발켄홀, 류경원, 김영원, 강진식, 실비 플레리, 일리야 카바코프, 전수천, 하우메 플렌자, 원인종, 한상업, 김인겸 등 30명 조각가의 30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이곳은 자연과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명소라기 보다는 눈썰매장으로 더 유명하다. 청소년수련관도 이곳에 있다. 그 속에서 국내 유일의 평화통일 테마공원인 김포국제조각공원이 가려진 지 오래다.
안상용 대표 "김포조각공원을 조각의 메카로"
이러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안상용 김포문화재단 대표가 새로 임용되면서부터다. 안대표는 김포시에 오자마자 김포국제조각공원의 가치를 인식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하나씩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하영 김포시장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김포국제조각공원의 가치를 알고 안 대표의 그러한 노력에 힘을 실어줬다.
김포문화재단은 지난 9월 29일 '서울국제조각페스타'와 업무협약을 맺고, 조형예술 분야 문화예술진흥 및 시민문화향유 증대를 위한 기초를 다졌다. 이후 11월 30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제10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와 공동으로 김포국제조각공원 일대에서 야외조각전을 개최해 2천여 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2일엔 조각공원에서 김정희 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 등 조형미술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김포국제조각공원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컨퍼런스'도 개최했다. 이날 정하영 김포시장도 참석했으며, 열띤 제안과 토론이 진행됐다.
김포문화재단은 향후 김포국제조각공원을 대한민국 조각가들이 모이는 '조각의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시설 개보수 등 기초적인 작업들을 수반한 사업들을 2022년 계획으로 세워 예산안을 만들었다. 김포시에는 국내 유명 조각가들의 작업실이 많이 있어서, 조각공원 일대를 '조각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은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의회, 김포국제조각공원 8개 사업 100% 삭감
행정복지위원회는 왜 예산을 모두 삭감했을까?
김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김포국제조각공원' 관련 8개 사업 예산안을 100% 삭감했기 때문이다. 2022년 사업인 김포국제조각공원 오마주 프로젝트, 김포국제조각공원 미디어아트 갤러리, 조각공원팀 홍보사업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왜 예산을 모두 삭감했을까?
행정복지위원회 홍원길 위원장은 13일 CNB뉴스와 통화에서 "제가 위원장으로 회의를 진행해서 어느 위원들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는 회의록을 봐야 할 수 있다"며 "속기록을 보고 내용을 정리해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행정복지위원회는 홍원길 위원장(국민의힘)과 오강현 부위원장(민주당)외 김인수(국민의힘), 유영숙(국민의힘), 김옥균(민주당), 김계순(민주당) 의원 등 총 6명이다.
김포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배강민 위원장은 "제가 예결위원장이지만 (예결위에) 행정복지위원회 위원님들이 계서서, 그 쪽에 통화를 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라며 말을 아꼈다. 배 위원장은 "여당이다 보니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었지만, 다른 위원들이 우선순위를 나누다 보니 그렇게(전액 삭감) 됐다"라고 설명했다.
예산결산위원회는 배강민(민주당) 위원장 외 김인수(국민의힘), 유영숙(국민의힘), 김계순(민주당), 오강현(민주당) 위원 등 4명이 행정복지위원회 위원들이다. 그외 김종혁(국민의힘) 최명진(민주당) 위원이 활동했다.
김포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인근에 있는 청소년수련원을 현재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로 사용하고 있어서, 그곳 출입이 제한돼 김포국제조각공원 사업추진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삭감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김포국제조각공원에 있는 총 30개 작품들 중 3개 작품만 출입제한 지역에 있을 뿐, 나머지 27개 작품은 모두 관람이 가능하다. 게다가 밀폐된 공간이 아닌 야외 조각공원이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따라서 김포시의회가 인근 청소년수련원 출입제한을 이유로 2022년도 조각공원 활성화 사업을 100% 삭감한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면밀히 검토해 볼 일이다.
다음 추경에서 관련 예산이 살아나지 못하면, 1998년 조성 이후로 방치돼 온 김포국제조각공원은 2022년에도 24년째 그대로 방치될 판이다.
(CNB뉴스= 경기 김포/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