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1.11.29 11:37:55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추영호 작가의 14번째 개인전, '시간의 조각으로 환산된 집'은 리얼리즘적 추상의 형태를 띄는 독특하고 새로운 형식이어서, 작가의 테마 '집'에 대한 깊은 천착(穿鑿)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추상이 가지는 한계, 즉 내면적 주관으로 인해 객관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그 한계를 뛰어 넘는 리얼리즘에 기초한 주관성이어서, 어린아이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바라보는 이들 모두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좋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추영호 작가는 전 세계 '집'을 테마로, 실제 집을 촬영한 작은 사진 파편들을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붙여나가는 콜라주 작품을 제작해,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작가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경에도 몇번 시도된 바 있지만, 이번 개인전에서 확실하게 작가의 내면에 자리잡은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어 작가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주춧돌과 사진오브제, 그리고 물감이 대비된 이종배합"
리얼리즘적 추상으로 예술가의 소우주 창조
추영호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새롭게 공개한 아방가르드 시리즈에 대해 "건축의 기초가 되는 주춧돌에서 영감을 받아 화면에 까칠거리는 미술재료인 돌가루를 화면에 배치하고, 그와 상반되는 사진 오브제와 물감이 대비 돼 현대적이고 이종 배합적 아방가르드 작품으로 표출됐다"며 "미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힘의 원천을 '의미 있는 형식'에 두었다. 그 의미 있는 형식은 작품 속에서 서로 유기적이며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선과 형태, 색채와 주제의식이 결합돼 조형적으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리얼리즘 예술은 사진이라는 기술을 통해 시간과 기억이라는 미메시스적 형상화를 구축하고 독립적 현실을 정립하고 있다. 그 바탕에 색과 면의 추상적 주관성과 내면성을 융합해, 그의 작품은 하나의 소우주,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혜화아트센터에서 오픈한 추영호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조각으로 환산된 집' 전시는 오는 12월 1일까지 열린다. 그가 예술가의 주관을 통해 걸른 현실을 밀도있게 압축해 만든 소우주는 어떤 세계일까?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