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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바다의 부활-下] 효성·KT…재활용의 기준치를 낮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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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10.08 09:25:15

휴대전화 ‘2년 주기 교체설’은 옛말
플라스틱은 각종 섬유제품으로 부활
규제완화가 앞당긴 친환경 3막 시대

 

효성티앤씨는 노스페이스에 올해 가을·겨울 제품용으로 ‘리젠서울’을 공급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내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페트병 원사를 사용한 옷임을 알리는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가히 아나바다 운동의 부활이다.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자던 1990년대 그 캠페인 말이다. 시간이 흘러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 거센 친환경 열풍이 추억의 캠페인을 소환했는데, 기업들이 최근 중요시 여기는 ESG 경영과 맞물려 더욱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네 가지 행동 지침 중 현재 가장 각광받는 구호는 ‘바’와 ‘다’로, 바꾸고 다시 써서 나온 결과물들이 놀랍다. <상편>에 이어 <하편>에서는 친환경 시대 제2막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CNB=선명규 기자)


 

[관련기사]
락앤락·아모레퍼시픽·스타벅스…플라스틱의 ‘깜짝 변신’

 

 

 

실을 직조한 옷(衣)과 플라스틱의 가장 큰 차이는 물성이다. 딱딱하고 부드럽다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촉감의 간극만큼이나 뒤에 붙는 말도 다르다. 플라스틱은 ‘쓴다’ 하고 옷은 ‘입는다’ 한다. 피부 구석구석에 편안히 와닿고와 그렇지 않고로 구분 짓는 것이다.

친환경 시대 2막에는 원료의 통념이 뒤집힌다. 버린 플라스틱이 옷이 된다. 재활용을 통해서다. 단단한 그 상태로는 아니다. 원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작업의 성패는 첫발이 좌지우지한다. 제대로 내놓지 않으면 시작부터 꼬여 버린다.
 


효성, 폐페트병을 재활용 섬유로



폐페트병으로 리사이클 섬유를 만들고 있는 효성의 한 관계자는 CNB에 "이물질 없는 깨끗한 투명색이어야 하며 유색 페트병은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분리 배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잘 버려야 잘 돌아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비로소 플라스틱을 입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후 과정은 ‘한 땀 한 땀’ 어린 세밀함이 지배한다. 효성에 따르면 폐페트병을 물리적으로 잘게 쪼개는 것이 먼저. 그 다음 부서진 조각을 녹이고 얇게 펴서 엮으면 원사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한 시간을 거친 플라스틱 패션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매대에 올라오고 있다.

효성그룹의 섬유 부문 회사인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말, 환경부·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개발공사·플리츠마마와 공동으로 추진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가방을 공개했다. 제주도 내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제주’로 제작한 것이다.

올해는 물 건너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지난 1월 효성티앤씨는 서울특별시와 협업해 ‘리젠서울’을 만들었다. 서울시가 금천구, 영등포구, 강남구 등 지자체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을 효성티앤씨가 재활용 섬유로 생산한 것이다.

이를 찾는 수요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을 입으려는 열망이 커지면서,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자연친화적인 섬유를 찾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커버낫에 올해 가을·겨울 제품용으로 ‘리젠서울’을 공급하고 있으며, 세 브랜드는 이와 관련한 신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김용섭 효성티앤씨 대표는 “최근 친환경 패션이 급부상하면서 많은 브랜드들의 협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친환경 의식을 가진 브랜드들과 함께 국내 친환경 패션 시장 저변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스페이스 모델이 리젠서울이 적용된 2021년 가을 신상품 의류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노스페이스)

 


새폰 같은 중고폰 파는 KT



친환경 시대에 타당하지 않은 정설이 있다. 휴대전화 ‘2년 주기 교체설’이다. 흔한 약정 기간인 2년이 지나면 아직 따끈따끈할 지라도 전화기를 바꿔야한다는 강박이 만든 규약이다.

교체는 좋지만 문제는 버리기다. 소형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휴대전화를 폐기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구청 등에 방문 수거를 요청하거나 부순 뒤 품목별로 따로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이다. 하지만 다소 귀찮은 과정을 무시하고 무심코 버리는 이들이 많아 생활 쓰레기가 유발되기 일쑤다.

아직 쓸 만한 휴대전화를 바꿔 쓰고 다시 쓰면 어떨까?

KT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중고폰 브랜드 '민트폰'을 최근 만들었다. 중고 제품에 대한 여러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려 한 것이 특징이다.

가령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구매가의 최대 50%를 보장해 1년 뒤 재매입하는 바이백(Buy-Back) 옵션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1년 간 사용하다가 처음 샀던 가격의 절반값으로 다시 팔 수 있다는 얘기다.

혜택도 동일하게 제공한다. KT 측은 “민트폰을 사도 신규 단말 구매 고객과 동일한 요금할인 및 결합할인과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전국 A/S센터도 이용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민트폰은 엄격한 선별절차를 거쳐 상품화된다"고 설명했다.
 

KT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번개장터와 손잡고 중고폰 브랜드 ‘민트폰’을 출시했다. (사진=KT)

 


규제 풀고 로드맵 세우고…정부도 적극 나서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던 규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부터 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기업이 선보인 리필 매장이다. 리필 매장은 코코넛 등 환경을 고려해 만든 다회용기에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내용물만 담은 뒤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회용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현행법상 화장품을 리필 형태로 판매하려면 매장 내에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필수적으로 상주케 해야 했다. 그러나 흔치 않은 조제관리사 자격취득자를 고용하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아 리필 매장 확산에 제동이 걸렸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지난 9월 열린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제관리사 없는 화장품 리필 판매장'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리필 용기를 올려놓고 원하는 만큼 화장품을 담은 뒤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잰 뒤 제조번호, 사용기한 등 제품 정보가 기재된 라벨을 출력·부착후 최종 결제할 수 있다. 대상 품목은 샴푸, 린스, 액체비누, 바디클렌저 등 4가지다.

 

아모레스토어 광교에서 조제관리사가 바디워시를 정량에 맞춰 담고 제조번호, 조제일자 등을 적는 모습. 이제는 리필 매장에 ‘이처럼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가 없어도 된다. 지난 9월 열린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제관리사 없는 화장품 리필 판매장'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쓸 곳이 없어 방치되던 폐기물도 다시 활용할 길이 열렸다. 전국적으로 연간 30~35만 톤가량 발생하는 굴이나 조개 등의 껍데기인 ‘패각’이다. 폐수와 분진, 냄새 등을 유발하는 패각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아이디어가 어촌에 방치되던 이 ‘천덕꾸러기’에 쓸모란 숨결을 불어넣었다. 양사는 패각 성분이 소결공정(분체를 녹는점 등으로 가열해 단단한 결합체로 만드는 것)에서 사용되는 석회석의 성분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전남 여수 패각 가공 전문업체인 여수바이오와 함께 석회석을 패각으로 대체할 방안을 공동 연구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15일 여수바이오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패각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획득하면서 패각을 제철 부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에 따르면 철강업계가 제철공정에서 패각을 재활용하게 됨으로써 지역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석회석 대체재 활용을 통한 자원 절약과 경제성 확보도 가능해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해양수산부도 적극적으로 거들고 있다. 수산부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패각 폐기물의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산업 경제성 향상과 연안환경보호를 골자로 하는 5개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제도, R&D, 인프라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관련 정부 부처의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친환경 시대로 향하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며 “마냥 쓰레기인줄 알았던 것들이 다시 쓰이는 현재 사례를 보면, 재활용의 기준치가 확실히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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