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보건복지부와 함께 지난 17일 발표한 ‘2021년 대국민 음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0명 중 7명이 주로 홈술, 3명은 혼자서 홈술을 하며 무알코올·와인·저도주 등의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6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전국 20~69세 성인 105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는 동시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알코올을 지양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를 선택한 경우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최근 이들 사이에서는 소주에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소토닉’이 대유행 중이다. 소토닉은 소주와 토닉워터를 2 대 1 비율로 섞어 레몬 등과 곁들여 마시는 술로, 도수가 낮아져 한층 부드러운 술맛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혼술·홈술은 타인의 음주 권유 또는 강요로부터 자유로워 개인의 통제하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이에 따라 가늘고 길게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적합한 하드셀처(Hard Seltzer·탄산수에 소량의 알코올과 과일향을 첨가한 술) 등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주류업계는 무알코올·와인·저도주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업계 측 관계자에 따르면, 무알코올·와인·저도주 시장 규모는 약 1189조원(1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주류시장 대비 여전히 작은 부분에 그치지만 과도한 음주가 불러일으키는 건강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제품 관련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무알코올·와인·저도주는 날로 인기를 구가 중이다. 다만, 가벼운 음주로 확실한 건강을 챙기기 위해선 개개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의 책임감도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홈술·혼술을 할 때 음주빈도, 배달음식 섭취, 일상생활 활동량 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체중·우울감 증가 등 폐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식당·주점 등은 해당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이들도 한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각종 기관·단체는 알코올 중독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심신 건강에 도움되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해나가야 한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지침이 전환될 시 각종 외부 모임도 활성화될 게 불 보듯 뻔한 가운데 모두의 성숙한 음주 문화 확립을 위한 노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기여해 또다시 ‘K방역’이 세계 표준으로 발돋움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