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도전…‘카뱅 신화’는 현재진행형
대출혁신 통해 금융시장 패러다임 바꿔
“미래고객은 청소년” AI 챗봇 계속 진화
그의 도전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끝은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영업점 없는 모바일 은행. 국민 소통 수단 ‘카톡’을 활용한 서민금융. 18만 고객으로 시작해 불과 4년 만에 1800만명이 이용하는 은행으로 성장…. 카뱅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선장은 첫 출항부터 지금까지 ‘카뱅함(艦)’을 이끌고 있는 윤호영 대표이사다. (CNB=도기천 기자)
카카오뱅크(카뱅)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 7월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점포 없는 은행’은 존재하지 않았다.
1971년생인 윤호영(Daniel.yun) 대표는 카뱅 출범 당시 46세 젊은나이에 이용우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이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국회의원 당선)하면서 지난해부터 혼자 카뱅을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대한화재를 거쳐 ERGO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을 역임한, 금융과 ICT를 연결해 온 전문가다. 윤 대표가 그간 일군 성과를 보면 대한민국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은 모험 그 자체였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나선 카뱅함의 출항 첫날, 18만7000여명의 고객이 계좌를 개설했다. 이날 수신액은 426억원, 여신액은 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계좌수가 500만명을 넘어선 후, 2019년 7월 천만 고객을 달성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이용자는 1717만명에 이른다. 고객수로만 본다면 불과 4년 만에 100배 가까운 성장을 이룬 셈이다.
여·수신 금액 면에서도 웬만한 시중은행에 뒤지지 않는다. 8월말 기준 수신 잔액은 27조 7586억원, 여신 잔액은 24조 5133억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478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이 아닌 사람이 중심”
윤 대표는 ‘은행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일상 속에서 편하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은행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카뱅 심볼(symbol)은 뱅크(Bank)의 ‘B’에 ‘나’를 뜻하는 ‘I’를 넣어 ‘내가 중심이 되는 은행’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실제 카뱅의 금융혁신은 ‘사람과 은행이 더 쉽게 더 자주 만나자’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수단은 모바일이다.
모바일앱(App)을 통해 이체·대출 등 모든 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편의성·접근성을 높이는데 꾸준히 힘쓰고 있다.
윤 대표는 기존의 신용대출, 예적금 등 은행사업뿐 아니라 신용카드 제휴, 증권 계좌 발급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 모바일에서 완결되는 금융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대출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면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사들이 가계대출 부실 우려 등으로 최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 카뱅 입장에서는 틈새를 공략할 기회일 수 있다.
그래서 카뱅은 올해 연말까지 무보증 신용대출의 20%를 중저신용자(KCB 신용점수 820점이하) 대출로 채울 계획이다. 지난해말 기준 10.20%에 비해 2배 가까이 확대한 것. 더구나 대출 한도는 최대 1억으로 확대하고 가산금리도 대폭 인하해 최저 3%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누적된 대출 데이터와 통신사 정보 등을 결합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기존 중신용대출보다 더 낮은 신용점수를 가진 고객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중신용플러스 대출과 중신용비상금 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 출시로 대출 가능 고객의 범위가 KCB신용점수 기준 600점대에서 500점대로 확대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카카오뱅가 최급한 신용대출의 최저등급 평균 점수는 807점이었지만, 7월에는 720점이었는데 문턱을 더 낮춘 것이다.
그 결과,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한 무보증 대출은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난달에만 3000억원을 공급했다. 대출 가능 고객의 범위가 급속히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카뱅 관계자는 CNB에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 꾸준히 중저신용 고객의 대출 기회를 확대한 결과, 대출 상품과 금리 경쟁력 등에서 시중은행보다 한발 앞서 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현재와 미래… 양날개 함께 펼쳐
앞으로도 카뱅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방점은 Z세대에 찍혀있다. 대출을 통해 서민금융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 현재의 차별화 전략이라면, 모바일이 일상화된 Z세대(10대 후반~20대 중반)를 공략하는 것은 미래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Z세대는 당장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고객군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사회의 핵심 경제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선점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카뱅은 청소년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14~19세 전용 상품인 ‘카카오뱅크 미니’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본인 명의 계좌나 주민등록증이 없는 10대에게 가상으로 계좌를 발급해 주는 상품이다. 체크카드와 마찬가지로 미니카드를 통해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고 전국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수료 없이 입출금이 가능하다. 출시 한달 만에 가입자수 5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달 90만명을 넘었다.
이들을 잡는 대표적인 수단은 디지털 소통이다. 2018년 6월부터 시작한 AI 기반의 ‘상담챗봇’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 24시간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상품·서비스에 대한 문의 및 간단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상담챗봇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동영상과 이미지로 안내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뿐 아니라 연관된 정보까지 함께 제공한다. 바로 해결 가능한 문의사항은 카카오뱅크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한다. 계산기 기능 이용과 체크카드 캐시백 가맹점 검색도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CNB에 “신용평가 모델을 새로 개발해 중저신용자 대출 기회를 확대하고, 모바일 네이티브(native)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편리하게 금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멈춤없이 도전하고 투자해 미래 혁신금융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