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일부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힘은 벌집 쑤셔 놓은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효창공원 내 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 녹취 논란에 대한 질문에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세력으로부터 국민과 나라를 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1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억울하면 자신의 핸드폰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하고, 녹취록을 만들어 일부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반면, 이 대표는 의혹에 대해 “유출됐다는 녹취 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동안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치맥 회동’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윤 전 총장 캠프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의 ‘대표 탄핵’ 발언이 나왔고, 이번에는 녹취록 의혹까지 등장했다.
정치권에서는 1985년생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10년 넘게 정치를 해온 이 대표와 1960년생으로 평생을 검사로 살았던 윤 전 총장 간의 나이 차와 정치경력 차이 등이 소통을 어렵게 하는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 꼽고 있다.
즉 정치권의 직설적인 메시지에 능숙한 이 대표와 검찰 내부의 조용한 일 처리에 익숙한 윤 전 총장이다보니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사람이 20살에 가까운 나이 차를 가지고 있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잘 맞는 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하는 이 대표와 특유의 강골검사 성향이 강한 윤 전 총장의 기질이 충돌하다보니, 사소한 오해에도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선 국면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며 “당 지도부는 각 후보 캠프와 보다 원활한 소통구조, 협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