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시장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경제를 움직여온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고 하여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게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연간 약 43조 달러를 소비한다고 한다. 이는 글로벌 GDP의 약 60퍼센트에 해당한다. 20세기에 구축한 규모의 경제는 대중시장의 소비문화 대부분을 창출해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초에 도입된 기술 플랫폼은 대중시장을 창출하고 수요를 충족하는데 막대한 역할을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전국 라디오 방송 및 텔레비전 방송은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 거의 모든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소비자는 매장이나 쇼핑몰에 가서 광고에 나온 제품을 구매했다.
20세기 중반 무렵에는 운송, 대중매체, 통신 같은 모든 기술 플랫폼이 슈퍼마켓, 백화점, 쇼핑몰을 양산하였고 이어 궁극적으로 대중시장 소비문화의 정점인 월마트, 코스트코 등과 같은 대형 마트를 등장시켰다. 전국 혹은 전 세계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중이 구매할 제품을 제조업체들로부터 조달해 재고를 충분히 채워두어야 했기에 더 많은 공간 확보와 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신세대 유통업체는 기존의 그것과는 달리 고객과 교류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개별 고객의 정보를 수집해 소비자 경험과 기호에 맞추도록 돕는다.
인공지능은 근본적으로 개인 서비스라는 개념을 자동화해 모든 고객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인간에 비해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적용한 유통업의 경쟁력은 그렇지 않은 산업 분야를 압도한다.
스타벅스는 원두 구매에서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메뉴 구성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에 걸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화된 서비스는 성공을 부르는 공식처럼 인식되고 있다. 실제 유통업계 71%의 기업들은 향후 인공지능의 적용과 전문 인력의 육성이 그들의 생존뿐만 아니라 성공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 플랫폼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
카트리나 레이크(Katrina Lake)가 2011년에 설립한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인공지능과 전문가의 역량을 결합해 쇼핑 도우미의 경험을 제공한다.
먼저 고객이 온라인으로 스타일 프로필을 작성해 체격, 체형, 직업이나 자녀 유무 등 약간의 개인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소속 스타일리스트가 이 프로필을 토대로 고객에게 몇 벌의 옷을 보내주고, 고객은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반송한다.
인공지능은 이를 토대로 고객 스타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스티치 픽스는 고객이 정한 주기에 맞춰 새로운 옷을 보내고, 고객은 원하는 것을 구매하거나 반송할 수 있다. 이런 거래를 통해 인공지능은 고객 스타일을 더 많이 알게 되며,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이 좋아하는 옷을 보내도록 이끈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소매 산업을 더 싸고, 더 빠르고,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고객 서비스에서부터 제품 배송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서 인간을 대신한다.
인공지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객 서비스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젠데스크(Zendesk)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따르면 어떤 소비자가 만족스런 고객 서비스를 받았을 대 해당 기업의 제품을 다시 구매할 확률이 42% 증가한다고 한다. 반면 불쾌한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 중 52%는 그 기업의 물건을 다시는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불쾌한 서비스를 경험한 절반 이상의 고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대의 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있기에 기업들은 자칫 종업원의 불쾌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절반의 고객을 놓칠 수 있다. 불친절한 인간 종업원들보다는 비용도 적게 드는 인공지능 로봇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 뻔하다.
실로 디지털 혁신은 유통업계의 지형을 바꿔 놓고 있다. 상업부동산 기업 코스타(CoStar)는 미국 내 1300여개 쇼핑몰 가운데 거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310여개의 매장이 머잖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마존이나 쿠팡으로 대체되고 있어 작금은 기술 플랫폼에서 디지털 플랫폼에로의 전환 시대가 도래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소핑몰도 전자상거래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기업도 조직도 생존을 위해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변화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