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1.05.03 08:36:28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투자를 통해 화폐라는 보편적 가치를 늘려가야 하는 부동산일까?
얼마 전 파리에서 돌아와 개인전을 여는 추영호 작가는, 십여 년간 오로지 집(house)을 주제로 포토콜라주 작품을 제작해 왔다. 그가 그렇게도 천착해온 집이란 과연 무엇일까?
추영호 작가의 13번째 개인전은 "집, 그리고 기억의 변주(Houses, and variation of memories 2021)"라는 주제로, 5월 12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계동 서이갤러리에서 열린다. (월요일 휴관,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그의 작품은 스토리가 있는 영화를 닮았다. 모아지고 겹쳐져서 만들어지는 몽타주(montage), 배열돼 의미를 갖는 미장센(mise en scene)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다, 작품 속 스토리는 영화처럼 기억돼, 파편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추영호 작가는 작품의 제작과정에 관해 "여러 종류의 가옥이나 건물을 촬영해, 이것들을 작은 크기로 수 천 개씩 프린트한 다음, 하나씩 수작업으로 오려냈다. 이렇게 준비된 이미지 파편들을 캔버스 위에 붙여가는, 반복적이고 기나긴 수행과 같은 작업은 명상적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이 됐다"고 말한다. 따라서 작품 속 집들은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서로 단단히 결속돼 있고, 알 수 없는 방향성을 갖고 움직인다.
홍익대학교 겸임교수인 선성균 평론가는 "무언가 작고 얇은 조각들이 캔버스 위에 수없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마치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어떤 작품에서는 이 비늘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부조 (浮彫)처럼 캔버스 평면 위로 부상하고 돌출하여 자신들의 미미한 개체성을 극복하고 그 존재의 영역을 공간 속으로 확장시키려는 듯이 보인다"라고 썼다.
한편 최근 추영호 작가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치고 2월에 귀국했다. 프랑스 레지던시 기간 중 중세 고딕 양식의 마을에 머물며, 명상적이고 입체적인 작품 제작에 몰두했다.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는 케스넬 모리니에르 미술관 Musee Quesnel Moriniere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기도 했다. 추영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메타디자인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미술학 석사로 졸업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사진학 박사과정 중이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