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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신세계·롯데·SKT…5조원 공룡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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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찬기자 |  2021.03.26 09:54:34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수전
자본 없어도 우후죽순 도전장
“일단 지르고 보자” 눈치작전

쿠팡 나스닥 상장에 고무됐나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에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과 SK텔레콤 등이 참여했다. 매각 희망가는 5조원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과 IT기업인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5조원짜리 유통 공룡은 과연 누구 손에 들어갈까? (CNB=김수찬 기자)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희망가는 5조원에 이른다. 실제 가치에 비해 다소 비싼 몸값이라는 평이 나오지만 예비입찰 결과(16일 마감)를 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마트), SK텔레콤(SKT),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 총 7~8개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유력 인수자로 꼽혔던 네이버, 카카오, 쿠팡은 불참했다.

참여한 기업들은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연간 거래액 20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업고,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다소 부진했던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살리기 위해 이베이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 돌파구 찾나



인수 의지가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그간 다소 부진했던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되살리기 위해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롯데쇼핑이 국내에서 롯데닷컴으로 온라인쇼핑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현재 롯데온의 성적표가 초라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4월 롯데쇼핑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롯데온을 선보였다. 그러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4% 줄어든 1379억원, 영업손실은 70% 늘어난 948억원을 기록했다. 7개 계열사를 통합해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아쉬운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베이 인수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는다. 롯데온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연간 거래액 27조원에 육박하는 ‘유통 공룡’이 탄생한다. 덩치로만 보면 이커머스 점유율 1위인 네이버 쇼핑과 비슷해지며, 시장에서 충분히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전에 사용할 ‘실탄’도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롯데쇼핑이 보유한 여유 자산(보유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만 해도 3조8755억원에 달한다. 부족한 자금은 투자자 유치,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다만 5조원이라는 워낙 높은 몸값 때문에 대출금을 충분히 끌어쓰기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표의 인수 의지도 돋보인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지난 23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를 신임 사업부장으로 선임해 온라인 사업에 대한 전략과 체제를 더 강화하고 이미 보유한 역량으로 보충할 계획이며, 이를 바탕으로 e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연합 전선을 구축한 신세계도 이마트를 통해 이베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지난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신세계 제공)
 

신세계, 네이버 믿고 승부수?



이마트를 통해 예비 입찰한 신세계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베이 인수를 통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오픈마켓의 판을 뒤흔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신세계는 이미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하고,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떠오를 준비를 마쳤다. 온·오프라인 커머스 영역 확대, 물류 경쟁력 강화,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중소셀러 성장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신세계그룹 이용 고객 수는 2000만명, 네이버는 5400만명에 이른다. 양사 결합을 통해 45만명에 달하는 판매자 수, 즉시/당일/새벽배송이 가능한 전국 물류망, 7300여 개의 오프라인 거점 등이 확보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동맹을 구축한 상태에서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면, 오픈마켓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현재 신세계의 SSG닷컴은 상품 관리 문제 등으로 오픈마켓 진출이 미뤄진 상태다. 그러나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을 통합할 경우, 기존의 SSG닷컴의 트래픽 확보 능력을 통해 오픈마켓의 확장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신중한 입장이다. 강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본입찰 참여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말을 아꼈다.

문제는 주체가 될 이마트의 자금 여력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이마트의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은 약 1조4276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다른 계열사의 지원과 자산 매각을 진행하면 재원 확보가 가능하지만, 부담이 크다. 또,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잔여 지분 인수에도 1조원 이상이 들어갈 전망이어서 더욱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사업자가 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사진은 박정호 SKT CEO가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SKT 제공)
 

SKT, 쿠팡 대항마 키우나



SK텔레콤 역시 이베이 인수를 통해 자회사 11번가를 이커머스 시장의 주인공으로 띄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1번가는 아마존과 손잡고 오는 3분기부터 합작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 수요가 많은 제품을 대량 매입한 뒤 주문 시 배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아마존과의 협업 시너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오픈마켓 초창기 ‘3대장’으로 불리던 11번가, 옥션, 지마켓의 통합판이 생기는 격이다.

인수 의지를 불태우는 또 다른 요소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 때문이다. SKT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베이코리아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정호 SKT CEO는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쿠팡이 커머스 뿐 아니라 미디어 등에도 들어오면서 경쟁 관계에 있다”며 “우리도 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영향이 있는 포트폴리오다. 유동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가용 자금은 2조 7967억원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매출채권 등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지만, 5조원이라는 몸값은 역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수 시너지가 생각보다 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옥션의 고객과 판매자(입점업체)가 겹칠 것이라는 이유다. 이진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픈마켓을 인수한다는 것은 판매자의 풀을 인수한다는 의미다.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판매자가 겹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대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모두가 본입찰까지 완주할지는 미지수다. 5조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과 인수 이후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승자의 저주’ 될 수도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인수전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본입찰까지 완주할지는 미지수다. 5조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과 인수 이후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회계법인 M&A 부서 관계자는 CNB에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인수 후보자들의 몸값도 5조원이 안된다. 인수비용과 비교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본입찰에서 빠지는 업체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금 조달 리스크를 굳이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플랫폼 통합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무시 못할 금액이다. 추가 투자가 필요해 다각도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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