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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현대백화점의 공간 재해석…‘더현대 서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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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찬기자 |  2021.03.15 09:36:33

숲속에 온듯한 착각…쇼핑몰 개념 바꿔
코로나19에도 입소문 타며 엄청난 인파
600여 유명 브랜드 입점, MZ세대 ‘환호’
‘거리두기’ 리스크는 성패 가를 최대 변수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대형 쇼핑몰 '더현대 서울'을 오픈했다. 사진은 5층 실내 녹색공원 ‘사운즈 포레스트’의 모습. (사진=김수찬 기자)
 

갖가지 수목(樹木)들과 인공폭포. 전체 면적 중 절반이 휴식 공간. 없어야 할 유리창도 있다. 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현대백화점의 대형쇼핑몰 ‘더현대 서울’의 풍경이다. 개장 며칠 만에 100만명이 다녀간 곳. 백화점의 불문율을 모조리 깨고, 공간을 재해석한 이곳을 CNB가 들여다봤다. (CNB=김수찬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야심작인 ‘더현대 서울(더현대)’이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다.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넘어가는 가운데에서도 초대형 오프라인 몰을 새롭게 오픈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오픈 일정에 맞춰 더현대를 직접 방문해본 첫 느낌은 ‘넓다’는 것.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 2층을 통해 출입하면 실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1층에 들어선 순간 탁 트인 공간이 보인다. 삼성 코엑스몰이나 IFC몰,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과 비슷할 정도로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현대의 특징은 소비자를 위해 디자인된 공간이라는 점. 빼곡한 매장이 아닌 소비자 동선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채워졌다.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가운데 매장 면적(4만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나머지 절반가량의 공간(49%)을 실내 조경이나 소비자 휴식 공간 등으로 꾸몄다. 이는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매장면적 평균비율(65%)보다 30%가량 낮다.

실제로 층별 동선 너비가 매우 넓어 물건을 보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복잡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일반 백화점의 층별 동선 너비는 4m에 불과하지만, 더서울은 최대 8m에 달한다. 유모차 부대가 연달아 줄을 지어도 이동에 문제가 없다.

 

더현대 서울 1층에 있는 12m 높이의 인공폭포 ‘워터폴가든’의 모습. (사진=김수찬 기자)
 

절반이 휴게공간…‘웰빙 쇼핑’ 정착



휴식 공간과 실내 조경도 발길 닿는 곳마다 존재한다. ‘자연친화형’이란 콘셉트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 근처에만 존재하던 휴식 공간은 출입문 근처와 매장 바로 앞에도 있고, 이동 경로 곳곳에 위치해 있다. 1층에 있는 12m 높이의 인공폭포 ‘워터폴가든’ 근처에도 소비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쇼핑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5층에는 실내 녹색공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있다.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의 나무와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으며, 스피커를 통해 새소리도 들린다.

시원시원한 전망도 눈에 띈다. 더현대의 층고는 아파트 6층 높이인 20m에 달하고, 소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제외했다. 천장은 모두 유리로 제작됐으며, 6층부터 1층까지 햇빛이 들어와 탁 트인 개방감마저 느낄 수 있다. 모든 층에서 자연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건물 전체를 오픈하는 ‘보이드(Void)’ 건축 기법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더현대에는 600여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가 입점했다. 사진은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BGZT(번개장터)랩'과 나이키 매장의 모습. (사진=김수찬 기자)
 

MZ세대 겨냥한 먹거리·볼거리



더현대에는 600여개 국내외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해외·여성·남성패션·리빙 등 상품군 기준으로 층을 나눠 배치하던 기존 매장 구성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층을 각 테마에 맞춰 큐레이션 방식으로 배치한 게 특징이다.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지하 1층 ‘테이스티 서울’, 1층 ‘익스클루시브 라벨’, 2층 ‘모던 무드’, 3층 ‘어바웃 패션’, 4층 ‘라이프&밸런스’ 등 테마별로 매장 배치가 이뤄져 일관성이 높다. 소비자의 쇼핑 경로를 단순화한 순환 동선 구조로 편의성을 높인 모습이다.

MZ세대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브랜드도 즐비했다. 스웨덴 SPA 브랜드인 ‘아르켓(ARKET)’의 아시아 첫 매장을 비롯해 친환경·유기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뱀포드’,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 명품 시계 리셀 숍 ‘용정콜렉션’, 서울 성수동의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오브뷰’ 등 국내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매장들이 대거 입점해있다. 모두 브랜드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에 특화된 매장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이 접목된 무인 매장 ‘언커먼스토어(Uncommon store)’도 눈여겨 볼만했다. 소매 패션잡화·생활용품·식음료·굿즈 등 200여 상품을 판매하는 무인 매장이다. ‘현대 식품관 투홈’ 모바일 앱의 QR코드 체크인 기능을 사용해 매장에 입장한 뒤, 선택한 상품을 갖고 매장을 나가면 사전에 등록해놓은 결제수단으로 5분 내 자동 결제된다.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이 입점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3대 명품이 백화점 매출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현재 다수의 명품 브랜드와 입점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지속적으로 명품 브랜드를 보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 개점 이후 첫 주말에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며, 방역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더현대의 모든 외부 출입구(7곳)에 공항 등에서 사용되는 ‘대형 다중 인식 발열 체크기’가 설치된 모습이다. (사진=김수찬 기자)
 

몰리는 돈과 고객…방역 부담 커져



더현대의 첫걸음은 ‘대박’으로 불릴 만하다. 아쉬운 명품 라인업과 코로나19로 인한 제약,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몰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첫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하루 매출 102억원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래 단일 점포 하루 최고 기록이다. 프리오픈(2월 24일) 이후 6일간 매출은 총 370억원에 달하며, 3.1절 연휴 기간에는 약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계절적 영향과 소비심리 회복, 오픈 효과 등이 겹치며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며 “여의도 상권의 잠재력과 서울 최대 규모, 차별화 전략 등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플래그십 점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더현대 서울을 통해 반경 3km 내 핵심 상권인 서울 영등포구·동작구·마포구·용산구는 물론,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 고객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개점 후 1년간 63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2022년에는 연매출이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물론 리스크 요인도 있다. 가장 심각한 건 커지고 있는 방역 부담이다. 개장 이후 첫 주말에만 100만명이 다녀가는 등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방역 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현대는 차량 2부제 실시, 회원 대상 무료 주차 중단, 매장 예약 시스템 도입 등 고강도 방안을 실시 중이다. 또 연결통로의 혼잡상황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백화점 자체기준 초과 시 추가 입장을 제한하기로 했다. 인근 지하철역 등에는 안내판을 설치해 고객이 매장 혼잡도를 확인하고 방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내 공기질 관리도 강화해 공조시스템을 통한 환기 회수도 시간당 6회에서 12회로 늘린다. 또한 소속 구청인 영등포구와 함께 직원 40여명을 배치해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감염 우려가 높은 159개 식품접객업소에는 전담 요원 10명을 별도로 배치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더현대 서울 개점과 관련된 집객 행사를 열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대규모 판촉 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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