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900원’ 가성비 무기로 도전장
기존 회원 5백만명 토대로 시장 공략
디즈니·애플 국내상륙시 고전할 수도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면서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진출했다. 이커머스와 콘텐츠를 연계한 ‘아마존’처럼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OTT 시장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이미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 등이 버티고 있으며, 올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 등이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기 때문. 쿠팡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CNB=김수찬 기자)
영화·드라마·예능…구색 잘 갖춰
쿠팡이 지난달 24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Coupang Play)’를 새롭게 출시했다. 쿠팡플레이는 인기 영화, 국내외 TV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 제약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쿠팡플레이 앱을 다운로드받고 쿠팡 앱과 연동하면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 공식 앱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며, iOS, 태블릿PC, 스마트TV, PC 버전도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월 2900원 멤버십 비용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1개 계정으로 최대 5개 프로필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서 어린이를 위한 키즈계정을 추가할 수도 있다. 성인용 콘텐츠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1년에 1회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쿠팡플레이 앱을 살펴보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기존 OTT 플랫폼과 유사하다. 검은 바탕에 키워드 별로 드라마와 영화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며, 해당 콘텐츠를 선택하고 영상을 볼 수 있다.
구색도 잘 갖춰져 있다. 영화와 국내외 인기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애니메이션, 어학, 입시 강좌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존재한다. 쿠팡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도 마련될 예정이다.
대부분 영상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곳에서도 볼 수 있도록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앱을 실행하거나 동영상이 시작될 때는 영화 배급사 인트로처럼 쿠팡플레이 자체 오프닝 영상이 재생된다.
최대 강점 ‘가성비’…아마존 벤치마킹 전략?
쿠팡플레이의 최대 강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로켓와우의 한 달 비용 2900원 만으로 해당 플랫폼의 모든 영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넷플릭스 스탠다드 멤버십(1만2000원)과 비교해서 4분의 1 수준이며,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의 기본요금과 비교해 봤을 때도 3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5개 멀티계정에 4명 동시 접속을 허용한다. 한 명당 600원만 지불하면 되는 셈.
저렴한 가격을 토대로 사용자 확보도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쿠팡플레이는 커머스의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비즈니스의 일부고, 로켓와우의 가입자 500만명을 가진 채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여기에 동시 접속자 넷을 곱하면 최대 2000만명이 쿠팡플레이를 사용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잠재 이용자 수 2000만명으로도 쿠팡은 국내 OTT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쿠팡이 스포츠 중계권까지 따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미국 프로농구(NBA)와 미국 메이저리그(MLB),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등에 대한 중계 권한을 협상 중이다.
쿠팡의 이 같은 행보는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유료 멤버십인 프라임 회원에게 OTT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축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OTT 1위 기업인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다.
커머스 시장에서 이용자를 확보한 후 쇼핑, 음식 배달,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등을 시작한 것이다. 쿠팡 역시 아마존처럼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의 부가상품이자 커머스를 위한 상품으로 쿠팡플레이를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보해놓은 500만명 이상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규모의 경제를 제대로 실현할 준비가 끝난 상황”이라며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처럼 시청자를 커머스 생태계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렴함’ 만으론 안돼…‘킬러 콘텐츠’ 필요
부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기타 경쟁 업체에 비해 콘텐츠 싸움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란 이유다. 저렴한 가격만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
실제로 쿠팡플레이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 최신 영화나 드라마, 예능 등이 수년 전 히트작이거나 메인에 걸려 있는 콘텐츠도 최신작은 없다. 오픈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넷플릭스나 왓챠, 티빙, 웨이브 등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해상도 조절, 자막 싱크, 폰트 크기 등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재생속도 설정이 불가하다는 점도 교육 콘텐츠를 통해 공부하는 이용자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평점 기능과 나중에 볼 리스트(찜 목록), 시청기록 삭제 등의 기능도 추가될 필요가 있다.
뭐니뭐니해도 OTT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차별화된 콘텐츠’다. 쿠팡이 국내 시장에 입점한 타 OTT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킬러콘텐츠’가 필요하다.
심지어 연내로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까지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11월 출시된 디즈니 플러스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30여 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디즈니는 자체 지식재산권(IP)에 더해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폭스 등을 흡수하면서 최고의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가입자 수는 약 8680만명으로 최근 2개월 만에 1300만명이 늘었다.
OTT 업계 관계자는 CNB에 “독자적인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성공을 가르는 요소다. 디즈니와 애플 등이 국내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이들의 자금력을 버틸 토종 OTT 들이 얼마나 있을지 우려된다. 쿠팡플레이 역시 쉽지 않은 싸움을 펼칠 것”이라 전망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