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국내 소비 침체 속에서도 라면업계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39억개로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평균 75개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2조3600억원으로 명실상부 식음료업계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면은 한국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푸드(영혼의 음식)’다. 유년 시절 아버지가 식사 대용으로 끓여주신 꼬들꼬들한 라면,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 도중 선생님 몰래 매점에서 먹던 컵라면, 대학생 시절 용돈이 부족할 때마다 허기짐을 달래준 라면, 군 복무 시절 야간 경계근무를 끝낸 후 잠들기 전에 먹던 뽀글이 라면, 회식한 다음 날 숙취 해소를 위해 찾곤 한 해장라면 등 우리네 삶 속 어느 지점에서나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국민의 동반자 역할을 한 라면은 이제 전 세계인이 찾는 제품이 됐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홈쿡(집에서 하는 요리) 문화가 증가하면서 라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 1~11월 한국 라면 누적 수출금액은 5억4972만달러(약 6011억원)를 넘어서며, 4억2810만달러(약 4681억)를 올린 전년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중국·일본 등 시장의 라면 수요와 인기가 해외 매출을 견인한 것. 이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산라인들을 풀가동하며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밤낮없이 가동되는 거점 공장들은 ‘각 사업장 간 출장 금지’ ‘거래처 미팅 및 출입 금지’ ‘대규모 교육 및 부서 간 단체회의 금지’ ‘업무시간·출퇴근 시 마스크 착용’ ‘퇴근 후 외부활동 금지’ 등의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쉽게도 모든 라면 업체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 준수에 나서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별도의 코로나19 대비·대응계획 방안 없이 코로나19 이전의 기존 조치사항을 그대로 적용 중인 업체들도 있어서다. 지난 9월 3일 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한 김치공장에서는 19명의 공장 직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바 있다. 방역당국은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김치공장 특성 때문에 코로나 확진자들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공장 직원 115명이 자가격리됐고, 해당 공장에서 생산·유통된 50t 가량의 김치도 전량 폐기됐다.
라면공장은 아니었지만 라면과 비슷한 식품 업계라는 점에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김치공장 내에서 마스크와 방호복 같은 위생 장비 등을 착용했지만, 밀폐된 공간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라면공장도 밀폐된 공간임을 인지한다면 ‘부서 간 회의’ ‘외부할동 금지’ 외에도 공장 내 환기나 위생 등의 또 다른 가이드라인(지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라면이 고유의 맛과 품질력을 인정받으며 지구촌 곳곳으로 뻗어 나가는 이때 자칫 확진자라도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비단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추억거리 하나쯤은 있는 우리 모두에게 참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