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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신작 ‘엘리온’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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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찬기자 |  2020.12.16 10:26:01

익숙한듯 새로운 ‘MMO’와의 첫 만남
이름값 제대로…‘인산인해’ 서버 포화
속도감·몰입도·전투씬↑…승부욕 자극

 

지난 10일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의 신작 MMORPG '엘리온'이 정식 출시됐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의 신작 ‘엘리온(ELYON)’이 정식 출시됐다. 출시 첫날부터 접속 대기 시간만 1시간을 넘기면서 이용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고 기대작’ 답게 이름값을 제대로 하며 ‘유료 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잊게 했다. 엘리온의 진짜 느낌은 어떨까? CNB가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봤다. (CNB=김수찬 기자)

 


접속 대기시간 1시간…첫날부터 흥행몰이



9900원. 지난 10월 28일 카카오게임즈가 밝힌 ‘엘리온’의 이용권 가격이다. 무료 접속 후 각종 아이템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MMORPG(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 달리 접속 권한을 유료로 판매하는 ‘바이 투 플레이’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제값을 할 수 있을까’란 의심과 함께 오랜만에 나오는 토종 PC MMORPG인만큼 ‘찍먹’(신작 게임을 짧은 시간만 플레이하는 것)이라도 해봐야겠단 생각으로 베이직 패키지를 사전 예약했다.

정식 서비스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사전예약 신청자들을 위한 혜택인 ‘캐릭터 생성’을 시작했다. 캐릭터 생성 기간에 사람이 몰려 서버 대기 시간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부리나케 접속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마음 편히 ‘라누스’ 서버에 ‘온타리’ 진영, ‘거너(총잡이)’를 선택한 뒤 계정 이름과 캐릭터 닉네임 등을 짓고, 캐릭터 꾸미기에 돌입했다.

 

엘리온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화면. (사진=카카오게임즈)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매우 정교했다. 헤어, 얼굴, 몸 등 다양한 부분의 크기와 색상을 조절할 수 있다. 입꼬리 각도와 인중 길이까지 조절이 가능할 정도다. 이 과정마저 귀찮은 이용자는 이미 만들어진 ‘프리셋’과 다른 이용자가 만들어놓은 ‘갤러리’를 이용하면 된다. 심혈을 기울여 캐릭터를 꾸미고 정식 출시 만을 기다렸다.

정식 출시 날인 10일 오후 2시가 되자 엘리온의 서버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서버 3곳 모두 접속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을 초과한 것이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발 빠르게 신규 서버 ‘소니아’와 ‘멜키온’ 2개를 추가 오픈하고, 접속 가능 인원을 기존 대비 30%로 확대했다.

‘직장인 부대’가 몰리는 저녁 7시 이후에는 기존 서버에서 캐릭터 생성마저 불가능했다. 접속 대기 시간이 3시간 이상으로 표시된 서버마저 있었다. 많은 이용자가 기존 서버에 생성해놓은 캐릭터로 접속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추가 오픈한 서버에서는 5~10분 만에 접속 가능했다. 기자 역시 기존 서버에 만들어놓은 캐릭터 대신 새로운 서버 ‘멜키온’에서 캐릭터를 추가 생성 후 게임에 접속했다.

 


초반 몰입도로 시간 ‘순삭’…전투 재미 ‘업’



엘리온의 핵심 재미 요소 중 하나는 ‘초반 몰입도’다. 길고 지루한 튜토리얼 대신 간단한 영상과 스크립트 위주로 구성돼 한결 집중하기 편했다. MMORPG 특성상 프롤로그가 길면 이용자들의 이탈 확률이 높아지는데, 빠른 진행으로 몰입감을 높인 모습이다.

또한 퀘스트를 통해 벌핀과 온타리 진영의 대립 구도, 포탈 너머 세계관 등 게임 내 스토리를 설명하기 때문에 더욱 이해하기 쉽다. 사실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다. 직접 조작하면서 게임 핵심 콘텐츠를 숙지할 수 있으며, 스킬 커스터마이징과 룬스톤, 루미너스, 마나 각성 등 다양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온의 초반 육성 단계는 매우 빠르다. 길고 지루한 튜토리얼 대신 영상과 스크립트로 몰입감을 높였다. (사진=김수찬 기자)

차근차근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4시간 정도가 훌쩍 지났고, 어느덧 캐릭터 레벨은 30을 넘겼다.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뭔가 빠진 기분이 들었다. 바로 레벨 상승에 따른 능력치(스탯) 배분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MMOPRG는 캐릭터의 레벨이 상승하면 힘, 민첩, 에너지 등의 능력치를 배분하면서 육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엘리온은 레벨 상승에 따라 능력치가 자동으로 소폭 성장할 뿐이다.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이템과 무기, 소환수 루미너스, 마나 육성 등이다.

 

엘리온의 전투 스킬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화면. 직업별로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을 이용자가 원하는대로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엘리온은 캐릭터 육성보다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전투 스킬 커스터마이징’ 방식을 택했다. 직업별로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해 전투에 사용하면 된다. 스킬은 레벨에 따라 하나씩 해금된다. 필드 몬스터에게 스킬 효과와 속성을 시험해보고 최적화된 전투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스킬 커스터마이징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위해 추천 프리셋까지 있으니 그대로 따라 하면 무리 없이 사냥할 수 있다.

전투 방식은 논타깃 기반의 핵앤슬래시 전투(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전투)다.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액션 게임 스타일의 전투가 가능하기 때문에 호쾌한 느낌을 준다. 타격감도 나쁘지 않고, 이른바 ‘손맛’이 쏠쏠하다. 다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는 몰이 사냥의 재미도 있다. 사냥 시 정예 몬스터의 ‘광폭화’ 시스템은 지루해질 수 있는 사냥 과정을 좀 더 박진감 넘치게 즐길 수 있는 요소였다.

 

엘리온의 진영 간 전투(RvR) 모습. 게임 내 분쟁지역에서는 다수의 사용자가 전투를 펼친다. (사진=김수찬 기자)

이용자 간의 전투(PvP)는 물론 진영 간 전투(RvR), 파티 전투 등 다양한 전투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진영 간 경계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는 웅장한 느낌을 줬으며, 물고 물리는 관계가 이어지면서 더욱 몰입하게 됐다. 특히 PvP 전투 시 자신을 죽인 상대방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돼 승부욕을 자극한다. PvP와 RvR에서는 유려한 컨트롤이 필수다. 아이템과 스킬 커스터마이징을 최적으로 조합한 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전투 내내 사망을 반복했다. ‘똥손’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보조 콘텐츠인 ‘생활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채집, 무역, 생산,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템과 장비 등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또한 자신만의 공간인 ‘주택’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주택 내부와 외관을 꾸밀 수 있다는 점도 특이했다.

 


오픈 3일 만에 중대 버그…밸런스·UI 개선 필요


 

장점만큼이나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가장 주된 의견은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35레벨 전후부터 지나치게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속칭 ‘퀘스트 노가다’에 전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모든 게임에서 반복 플레이를 통한 육성은 필수지만, 엘리온은 초반 육성 속도와 비교해 너무 더뎌 동기 부여가 떨어진다.

또한 40레벨 이후에는 동 레벨의 몬스터 사냥이 갑자기 어려워진다. 해당 필드의 적중도를 넘기지 못하면 피해를 입힐 확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이는 곧 장비 및 아이템 수리 비용으로 이어지는데, 고레벨 장비일수록 수리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아이템과 골드를 획득하기 위해 사냥하는 것인데 오히려 재화를 갉아 먹는다는 것.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새벽 사냥터인 공중함선에서 보상 획득에 관한 버그가 발견됐다. 카카오게임즈는 부정 획득한 보상을 회수하고, 버그 악용자들에 계정 정지 조치를 내렸다. (사진=김수찬 기자)

심각한 버그도 있었다. 특정 사냥터에서 몬스터 보상(골드)이 파티 인원수를 무시하고 지급되도록 잘못 설정돼, 비정상적으로 보상이 획득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를 악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골드를 획득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이 획득한 골드를 현금화해 게임 경제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해당 버그를 발견한 카카오게임즈는 13일 오전 3시 긴급 점검 공지 후 서버를 닫고 골드 회수 조치에 나섰다. 버그 악용 유저는 계정 정지를 당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CNB에 “이상 현상을 반복적으로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획득한 계정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각각 15일, 1년, 영구 이용 제한을 걸었다.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체력 상태 바와 아이콘 등 위치를 조정할 수 없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화면 곳곳에 배치된 시스템 창들이 오히려 게임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많은 이용자가 모인 곳에서는 캐릭터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외에 잦은 튕김이나 버벅거리는 렉 현상 등에 따른 최적화 작업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시작은 좋지만…‘롱런’ 성공할까



엘리온은 시장의 큰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이 6년 동안 총 1000억원의 개발비를 들였다는 점과 오랜만의 PC MMORPG라는 점이 게이머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유료 가입자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적잖은 초기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서버 한 대당 통상 1만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 4만명 이상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엘리온의 흥행이 절실한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한숨 돌린 상황이다.

 

엘리온은 오픈 당일 서버 2곳을 추가 증설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장기적으로 흥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김수찬 기자)

문제는 장기 흥행 여부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꾸준히 개선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색다른 콘텐츠 업데이트로 차별성을 꾀해야 한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CNB에 “커뮤니티에 나오는 의견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피드백대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UX와 UI, 최적화, 게임 내 콘텐츠 등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점검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버 운영과 관련해서는 “유료 게임인 만큼 이용자분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서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게임들이 그렇듯이 엘리온의 평가는 엇갈린다. 대부분 커뮤니티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과 함께 ‘이 정도면 합격점을 주고 싶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출시 이후부터 매일 4시간 이상 투자한 입장에서는 ‘충분히 제 값하는 게임’이라고 본다. PC MMORPG와 전투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9900원이 아깝지 않을 듯하다.

(CNB=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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