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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첩보전 방불…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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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11.19 10:14:26

이동걸·조원태 ‘전광석화’…박삼구는 ‘패싱’
현산과의 매각결렬 이전부터 ‘플랜B’ 준비
산은에 뒤통수 맞은 금호…그룹재건 요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친 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NB=도기천 기자)

“뉴스를 보고 우리가 대한항공에 합병된다는 걸 알았다. 산업은행(채권단)이 그렇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시아나항공 고위 임원)

CNB가 한진그룹(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발표된 지난 16일 직후부터 항공업계와 금융투자업계를 두루 취재한 결과, 이번 M&A(인수합병)는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이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母)기업인 금호산업은 협상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으며,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대표격인 산은은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지난 9월 이전에 이미 ‘플랜B’를 준비해 뒀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수개월 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여러차례 만나 인수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산업은행 제공)
 

“금호 모르게 하라” 영화 같은 비밀작전



인수 작업은 철저한 보안 하에 진행됐다. 산은 측에 따르면, 성주영 산은 수석부행장이 기업구조조정실 일부 간부들을 중심으로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기 하남의 산은 연수원에서 인수작업을 지휘했다. 이들은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본사에는 한 달 넘게 출근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에서도 일부 고위 간부들만 인수작업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하면서 “이런 중차대한 소식을 사전에 임직원 여러분과 공유하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는 당사 뿐 아니라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으로, 엄격한 보안유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은과 한진은 당사자인 금호 측에 일체 진행상황을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호 측에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금호산업은 작년 12월 아시아나 지분 30.77%를 ‘HDC현대산업개발(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넘기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금호는 아시아나 매각을 통해 재무 위기에 처한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졌다.

하지만 이번 딜에서는 당사자 임에도 채권단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당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고위 임원은 CNB에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상선, 대우건설의 사례처럼 산은이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을 정상화한 뒤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대한항공이 인수한다니 당황스럽다”며 “더구나 코로나19로 글로벌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재정난과 경영권 갈등(조원태·조현아 남매간 분쟁)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우리를 합병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 과정에서 아시아나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완전히 배제됐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빈소에 조문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호家 버린 산은, 대한항공에 ‘몰빵’



산은이 이처럼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박삼구 전 회장 등 금호가(家)에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보다 아시아나 매각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금호산업이 현산의 아시아나 재실사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등 매각을 어렵게 만든 전력이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산 측은 금호그룹의 대규모 차입, CB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을 문제삼아 올해 초부터 아시아나의 재실사를 꾸준히 요구했지만, 금호는 계약위반이라며 맞섰고 결국 매각이 결렬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CNB에 “산은 입장에서 보면 굳이 금호 측의 의견을 물을 이유가 없다. 금호가 되레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모르게 일을 진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채권단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금호산업을 배제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기자들에게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는 이미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이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끝나면 시장에 매각해 채권회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주가 사실상 채권단 소유이니 금호가 개입할 여지가 없단 얘기다.

박 전 회장은 현산과의 인수 협상 때까지만 해도 매각대금 가운데 일부를 그룹 재건에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이제는 물거품이 됐다.

 

18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 넘어 산” 약 될까 독 될까



반면 아시아나를 손에 넣게 된 대한항공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한진이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황이 위기 상황임에도 산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이유는 인수 조건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산은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하고,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약속했다. 여기서 마련된 자금으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한진은 별도 자금투입 없이 아시아나를 인수해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게 되고 국내 항공산업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하지만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조 회장과 분쟁 중인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실시되면 구주 가치 하락, 조 회장의 지배력 강화 등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회장의 한진칼 우호지분은 이들에게 열세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조 모두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점도 난제다. 조 회장이 직접 나서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믿는 구성원은 많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CNB에 “사내 게시판에는 고용불안을 염려하는 글들이 넘친다. 코로나 이후에도 항공업황이 회복되는 데는 몇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무급휴가, 급여축소, 명예퇴직 등 다양한 방식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사 노조는 현재 협의체를 구성해 조직적인 반대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외 기관의 기업결합심사 통과도 넘어야 할 산이다. 양사의 항공여객점유율을 합치면 60%에 달하기 때문에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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