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국가정원 계기로 지자체마다 정원 정책 펼쳐…법적 뒷받침도 마련돼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7시 목포하당 소재 샹그리아비치호텔 8층 대연회장에서 (사)길목아카데미 11월 정기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돼 ‘숲으로 가는 길’ 주제로 숲이 우리 삶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해 강의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유미 원장은 “‘제겐 목포 유달산에 전설이 있답니다’라고 말을 꺼내면서 오래 전 국립수목원(당시 임업연구원 광릉수목원)에 연구사로 들어와 수목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가 식물이 현지내외보전이라 생각하며 고군분투하던 시절 국내에서 사라져가는 식물들의 기준을 만들고 하나하나 자생지를 찾아가며 확인, 조사하며 주야로 산야를 누비고 다녔을 때 왕자귀나무는 아무도 만난 사람을 찾지 못하여 실체를 알 수 없는 나무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때 식물도감에 한 줄, 목포 유달산에 산다는 한 줄 기록을 따라 한여름 목포역에 내려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듯 유달산에 올라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모르고 헤맬 때 어디선가 향기가 느껴져 그 미미한 향기를 따라 오르다 산모퉁이를 도는 순간 마치 기적처럼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바다를 바라보고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왕자귀나무 한 무리를 발견했다면서 항상 유달산은 식물공부의 성지처럼 남아 있는 곳이라며 목포와의 인연”을 밝혔다.
이 원장은 “그날의 기적과도 같이 느껴졌던 기억은 지금도 제 가슴속에 살아남아 인생의 고비를 만날 때 마치 희망의 깃발처럼 용기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원장은 숲, 산림, 식물을 통한 주변 상황과 내 삶에 어떻게 담을까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6~70년대 황폐화된 산림을 어려웠던 시절에도 국민들이 직접 나무를 하나하나 심어서 국토를 푸르게 만든 것은 2차대전이후 어느나라에서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복구했으며 지금은 아주 어려운 국가들이 국토가 푸르고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부러워 한다”면서 “그 예로 인제 자작나무 숲은 인제를 찾는 관광객중 2번째로 많이 온다며 몇십년전 나무 하나를 아름답게 심어논 것 하나로도 나무의 가치가 삶을 힐링하는 가치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토의 64%가 산이다. 과거 녹화의 개념에서 이제는 가치를 누리는 아름다운 공간의 개념으로 변했으며 최근에는 산이 도시로 내려왔다며 도시 외곽에 심어놓고 버려둔 산들을 잘 이용하고 가꾸어 나가고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등으로 숲이 가장 필요한 곳이 도시가 됐다”면서 “숲 전체가 도시로 무게중심이 옮겨져 우리의 삶이 바꾸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중 중요한 것이 수목원과 식물원이다며 공원하고 수목원이 다른점은 공원은 아름답게 키워져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즐기는게 목적이지만 수목원과 식물원은 심어진 식물들이 자원으로서 이력관리가 되는 곳이다. 이곳에 자생지외 보관하고 있던 식물이 자연에 있던 것들이 훼손되고 없어졌을 때 아무곳이나 막 심으면 복원이 아니라 교란이라며 유전적으로 동일한 혈통을 지닌 것들을 현지외 보존했다가 복원시키는 기능과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식물을 모으는 것은 미래의 자산 개념으로 눈에 보이는것뿐만 아니라 약용, 식용, 관상용 등 수많은 것들의 활용이 될 수 있는 원천이다며 실제로 뉴욕 메트리칼 가든에서는 암센터와 식물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과 사람의 사이에 수목원과 식물원이 양쪽을 서로 손잡아주는 곳이다. 우리나라도 정원이 폭팔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지자체마다 정원정책을 펼치는데 계기가 된 곳이 순천만 국가정원이다. 이 정원을 순천시에서 처음 진행을 할 때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없었지만 순천만정원이 당시 600만명이 방문할정도로 인기를 얻자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을 제정해서 정원을 활성화하도록 법적인 뒷받침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여기에 가장 앞서가는 곳이 ‘숲속의 전남’ 정책을 펼친 전남이다. 개발이 돼서 공장들이 많은 도시는 살기좋지 않는 공간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숲속의 전남이 곳곳마다, 마을마다, 오지의 숲이 아닌 작은 마을마다 꽃과 나무가 있고 문화가 있는 곳곳의 숲속에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 있는 전남의 숲속의 정책이 확대돼서 지금은 숲속의 대한민국으로 정책이 확대가 됐다. 전남에서 벤치마킹했다”면서 “우리도 숲속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전통적인 공간들을 묶어서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오래된 정원들을 개방도 하고 지역 축제로 승화하면 미래세대일수록 전남이라는 공간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원 뿐만아니라 숲길도 굉장히 사람에게 매력이 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수직적 등반의 삶에서 수평적 걷기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니체가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숲길을 걷다보면 많은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했던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 것 같다”면서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지금은 걷기가 삶의 치유로 의학계와 같이 직접적으로 효과를 얻고자 치유사업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몇십년전 국민들이 숲을 가꾸는 사이에 숲과 관련된 정책들이 굉장히 많이 발전하게 됐다며 최근 봉안당에 호텔, 카페, 티하우스, 정원, 레스토랑, 공연장, 미술관이 공존하는 리조트형 봉안당까지 등장했다며 이는 살아있을 때 항상 가족과 쉬고 즐기고 행복했던 공간을 나의 부모님이 함께 계신다는 개념까지 확대돼 생각보다 식물과 만나는 문화가 아주 가까이 왔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미래의 정원은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숲 정원이다. 나무가 엉키고 겉으로는 푸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죽은 공간이 돼 있는 야산, 심어놓기만 하고 방치돼 있는 빽빽했었던 숲, 죽은 나무와 인공물을 걷어내고, 가지 잘라주면 빛이 들어와 건강한 산, 야생이 살아나는 정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로 갖다 심은게 아니라 걷어냄으로 인해서 3년만에 30종의 야생이 살아나는 꽃밭이 됐다”며 “우리도 콘크리트 등 인공물들을 걷어내고, 들어내는, 비워내는 일을 실천하면 나무, 풀들 사이에 숲속 작은 정원들이 만들어져 명산을 훼손하지 않고도 주변의 공간들이 살아나서 사람들이 찾는 정원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싱가폴 창이공항의 정원은 매우 아름답지만 생산적인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소비하는 공간, 지속성이 없는 공간이다며 “팬데믹시대를 겪은 이후 자연을 통해 도시의 생명력과 안전을 복원해야 하는 것, 자연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실제 펜데믹 이후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연과 화해하고 같이 공생해야 미래도 안전하다”면서 “앞으로의 정원은 자연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재생하는 과정으로 접근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미 원장은 “우리가 자연을 닮은 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우리의 시선만큼만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어떤 시선으로 어떤 나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다시 식물이 펼쳐내는 세상들은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가 마음의 크기만큼 시선이 머문만큼 무궁무진한 세상을 만날 수 있으니 무심코 지나지 말고 식물을 좀더 세세히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백일홍, 은행나무, 질경이(차전자)가 길가에 살며 씨앗이 생존하는 것을 보고 다이어트 식품으로 개발되는 등 몇몇 식물들의 사는 방식을 통해 자연이 사람에게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이야기했다.
그는 “자연과 만나려면 보는 만큼, 마음을 여는 만큼 만날 수 있으며 잠시 멈추고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앉아서 공유하는 사람만이 그때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되며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 원장은“꽃 구조를 알고 붓꽃, 우슬초 등 식물의 원뜻을 알고 응용을 해서 더 많은 이름을 알기 시작하면 식물을 바라보는 삶이 더욱 달라질 것”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들고 오감을 열고 느끼며 향기로 식물을 알아가고 삶의 나무를 심어갈 것”을 당부했다.
길목아카데미 한 회원은 “식물원장이 온다고 해서 처음에는 굉장히 지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처럼 강의가 재밌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유미 원장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 60년 역사상 6번째 여학생이었으며 산림청 개청 47년만에 최초 여성 고위직 공무원이며 현재 국립세종수목원장으로 일반연구원에서 원장으로 승진한 첫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