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에 자연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솔루션이 또 있을까. 어느새 성큼 다가와 버린 무더위, 몇 달째 전 세계인들을 괴롭히는 감염병,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치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로 떠나보자.
대원사 계곡길은 지난 2018년 가을 개통됐다. 삼장면 평촌리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 ‘가랑잎 초등학교’까지 이어진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최고의 비경 중 하나인 대원사계곡을 비롯해 자연과 생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조성한 생태탐방로다.
길은 삼장면 유평주차장에서 가랑잎초등학교까지 약 3.5㎞, 왕복 7㎞ 구간이다.
길목 곳곳에서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원사,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이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는 소막골, 산골 학생들이 가랑잎으로 미술활동을 했다는 가랑잎 초등학교(1994년 폐교 된 옛 유평초)를 만날 수 있다.
그 뿐이랴. 이곳 계곡에는 1급수 수서곤충인 강도래와 날도래, 가재 등이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길을 걷는 내내 귓가를 간질이는 새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가슴을 울리는 교향악이다.
4월 하순부터 7월까지는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된 원앙을 만날 수도 있다. 다만 원앙은 천연기념물이며 번식기를 맞아 대원사 계곡을 찾는 만큼 원앙을 발견하더라도 조용히 지나가 주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대원사 앞에 자리한 방장산교는 길이 58m로 이는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교량을 지나면 대원사 계곡길 최고의 절경, 용소를 만날 수 있다. 용소는 용이 100년간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용소는 수량이 많은 여름이면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는데 마치 용이 꿈틀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탐방로 중간중간에 계곡이 품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해설판과 이곳의 생태·환경에 대한 안내문이 곁들여져 있어 교육적으로도 좋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비행기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해간 자국이 남은 나무가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이처럼 힐링의 명소로 자리 잡은 대원사 계곡길은 지난해 여름과 가을, 매주 주말이면 하루 평균 3~4000명의 탐방객이 찾는 장소가 됐다.
비단 여름, 가을뿐일까. 대원사 계곡길은 겨울에는 그 아름다움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봄 역시 만물이 소생하는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그러니 이곳은 사철 언제든지 걸어봐야 할 곳이다.
길이 끝나는 유평마을에 자리한 가랑잎 초등학교를 멀리서 구경하고 돌아 내려오는 길. 이곳의 여유로움에 매료된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온다. 그들의 얼굴에, 햇살을 받은 계곡 물 빛처럼 찬란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