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이 지난 10여년 간 꾸준히 추진해 온 ‘추억의 벽화길 조성 사업’이 새로운 지역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청읍을 비롯해 신안면, 생비량면 등 지역 곳곳 주택가 담장에는 산청지역의 근현대 생활상이 그려진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산청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운동회의의 모습을 그린 벽화에서는 박 터트리기 도중 바지가 반쯤 벗겨져 진땀을 흘리는 우스꽝스런 모습도 표현돼 있다.
이외에도 옛 부뚜막의 모습과 소몰이, 굴렁쇠 굴리기, 고무줄 뛰기 등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산청 향교 주변 등 의미가 있는 건물 주변에는 옛 산천재의 모습을 상상해 그려 넣기도 하고 산청읍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산청9경 중 하나인 황매산 철쭉이 만개한 장면을 건물 외벽 전체에 걸쳐 대형 벽화로 표현해 놓기도 했다. 또 해당 지역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벽화도 눈에 띈다.
생비량면 장란마을에는 마을 앞을 지나는 양천강에 자리한 ‘장란보’에 얽힌 이야기도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이곳의 그림은 물살이 너무 빨라 매번 홍수에 쓸려 내려가던 보를 도깨비들이 달려들어 며칠만에 뚝딱 만들어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와중에 식사대접을 제대로 못 받은 한 도깨비가 보의 돌 한 개를 빼버려 그곳에 탈이 났고, 이 때문에 ‘도깨비보’로 불리게 됐다는 스토리를 벽화로 만날 수 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내놓은 메밀죽과 막걸리를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먹고 마시는 도깨비들의 모습이 감상할만 하다.
또한 70~80년대 이전 조선시대 전통혼례 풍경을 스토리텔링한 벽화도 눈길을 끈다.
신안면 진태마을에는 혼례를 올리기 전 신랑을 매달아 발바닥을 때리는 장면부터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모습과 창호지를 뚫어 첫날밤을 훔쳐보려는 장난끼 가득한 그림도 적지않게 웃음을 자아낸다.
군 관계자는 “자칫 활력이 떨어질 수 있는 오래된 주거지역에 옛 추억이 가득한 다채로운 벽화를 그림으로써 훨씬 밝고 깨끗한 환경으로 탈바꿈 하게 됐다”며 “특히 지역주민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은 물론 산청을 찾는 방문객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종종 골목길을 걸으며 힐링 추억 여행을 떠나 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