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공포로 인해 중국인 관광 ‘성지’로 꼽히는 서울 홍익대 인근 상권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까지 외출을 꺼리면서 평소에 비하면 거리가 텅 빈 듯하다. 4~5일 CNB가 이 일대 유통가의 모습을 현장 취재했다. (CNB=김수식 기자)
※ 현장을 취재한 김수식 기자가 근무하는 <CNB뉴스>는 홍대역과 인접한 곳이라 이 일대의 과거모습과 현재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음을 밝힙니다.
여행가방 끌며 몰려다니던 중국인들
지금은 흔적 찾기 힘들 정도로 썰렁
지하철역의 애경·올리브영·CGV 타격
홍대 명물 연트럴파크엔 찬바람 쌩쌩
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만에 4명이 추가돼 총23명에 이르렀다. 발원지인 중국 사정에 비하면 아직은 청정지대라고 할 수 있지만, 증가의 속도와 추이, 적절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 등이 국민들의 공포심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불리던 홍대 상권에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
4일 오후, 홍대 권역으로 통하는 연남동에 있는 한 김치찌개 식당의 문이 닫혀있었다. 앞에는 ‘오늘 쉽니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식당을 찾았던 사람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직장인은 “어제도 문을 열지 않았다. 홍대는 주말에 찾는 사람이 많아 주초에 쉬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틀 연속 문을 닫은 적은 없다. 신종코로나 때문인 것 같다”며 “최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문밖에 나서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문을 열고 있는 식당들도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식당이 즐비한 연남동의 골목길은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는 모습이 당연해 보였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리를 꽉 채운 가게를 찾기 힘들었다.
골목을 나와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이곳은 홍대 ‘핫플레이스’의 핵심이다. 옛 경의선 철로 자리에 공원을 만든 곳으로 인근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휴식 명소로 여겨지는 곳이다. 2030 세대는 이곳을 ‘연트럴파크(연남동과 미국 뉴욕 센트럴파트의 합성어)’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연트럴파크도 예전과 분위기가 달랐다. 잔디밭에 딸린 벤치에 앉아 차나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마스크를 쓴채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역을 오가는 이들만 보였는데, 하나같이 어둡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특히 이 일대에서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며 몰려다니던 중국인 단체 여행객은 눈을 씻고 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연트럴파크와 연결돼 있는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는 “학교에 일이 있어 왔다. 신종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피한다. 목적이 있는 곳만 가고 볼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간다. 다들 그런다”고 말했다.
홍대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애경타워’도 이번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애경타워는 2018년 7월 지하철(공항철도·경의선 통합역사) 홍대입구역 4,5,6,7번 출구 위에 세워졌다. 규모 1만7000여m²(약 5200평), 총17개 층으로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산업, AK켐텍, AKIS, 마포애경타운 등 애경그룹의 전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또 NSC형(Neighborhood Shopping Center, 지역 친화형 쇼핑센터) 쇼핑몰 ‘AK&홍대’가 1층부터 5층까지 들어서 있다. AK플라자를 비롯해 식당, 카페, 의류 쇼핑몰 등 다양한 상가들이 입점해 2030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코로나 여파로 발길이 줄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CNB에 “신종코로나 여파가 없진 않다. 하지만 모든 업계의 공통적인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손소독제를 배치하고 마스크 쓰기 권장, 출퇴근 시 열체크를 하며 예방원칙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위기 경보가 ‘경계’로 격상된 이후에는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홍대 상권을 대표하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 홍대’(CJ그룹 계열)도 다르지 않았다. 올리브영 홍대는 6년간 홍대 상권에서 축적된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밀레니얼 세대 요구에 맞게 최적화한 상권 특화 매장이다. 홍대 권역에 있는 4개 매장의 2012년 이후 구매 데이터 1000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상품 구성을 차별화했다. 또 고객들의 피부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는 ‘더마 센터’를 만들어 상품 전문성을 강화하고 남성 고객들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체험공간도 마련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청소년·대학생들은 물론 중국인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들로 발디딤틈 없이 붐비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한산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전 매장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개인행동 가이드를 배포하는 등 위생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신종코로나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은 건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증가 추세라 매출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홍대 지하철역 8번출구 옆에 자리 잡은 7층 규모의 다이소와 1번출구 앞 CJ CGV에도 발길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특히 다이소는 홍대 인근 게스트하우스 등에 일시 거주하는 외국인관광객들이 생필품을 구매하는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반면, 이커머스 등 온라인몰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쿠팡은 ‘로켓프레시’ 배송이 최대 2시간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위생품, 식료품 등의 물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문이 폭주했기 때문.
11번가도 국내에서 4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부터 관련 품목 거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6일간 ‘신선식품’ 거래는 전달 동기 대비 46%, ‘생필품’은 104%, ‘가공식품’은 53% 증가했다. 특히, 마스크 구매는 전달과 비교해 400배 이상 늘었고, 손세정제는 70배 이상 증가했다.
올리브영도 온라인이 강세다. 올해 설 연휴 직후 일주일(1월28일~2월3일)의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일주일보다 20%가량 늘었다고 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CNB에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이번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프라인 매장 고객이 일부 줄어든 시점이라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