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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이마트·이랜드·인삼공사까지…‘펭수’가 알려준 유통전략

캐릭터가 답? 제2의 ‘카카오프렌즈’ 꿈꾸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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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식기자 |  2020.01.29 10:32:45

유통업계가 캐릭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샤이릴라', '일렉트로맨', '삼남매'. (사진=김수식 기자)

유통업계의 ‘펭수 모시기’가 한창이다. ‘대세’로 자리 잡은 EBS 펭귄 캐릭터 ‘펭수’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 이 상품들이 인기를 끌자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자체 출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가 ‘캐릭터’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CNB=김수식 기자)

유통기업들 인기캐릭터 모시기 혈안
캐릭터 숍 문 열고 관련 사업 강화
유명세 누리지만 자체개발은 ‘글쎄요’


“엄마. 나 여기서 사진 찍을래.”

한 여자아이가 ‘분홍 고릴라’ 앞에 서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재촉했다. 사진을 찍은 뒤에도 커다란 캐릭터 모형 앞을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다.

이곳은 이마트가 자사 캐릭터 상품을 한데 모은 전문매장 ‘샤이릴라 스토어’ 1호점이다. 지난해 12월 왕십리점에 샤이릴라 캐릭터 전문매장을 숍인숍(shop in shop:매장 안에 있는 또 다른 매장) 형태로 선보였다. 매장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1층 계산대 앞 66㎡(약 20평) 공간에 사람만한 고릴라 모형이 서 있다.

샤이릴라 스토어에서는 이마트가 만든 캐릭터인 분홍 고릴라 ‘샤이릴라’, 노란 병아리 ‘콘치즈’, 파란 고양이 ‘킹캣’을 활용한 의류, 리빙, 문구 등 200여종의 생활용품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트의 '샤이릴라 스토어' 현장 모습. (사진=김수식 기자)

 

이마트의 캐릭터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건 ‘남자들의 놀이터’ 일렉트로마트(가전 전문매장)의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이다. 현재 이마트는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제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본금 1000만원을 들여 영화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인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유한회사)’를 설립했다. 투자자 유치, 제작, 배급 등 영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이 회사는 영화 개봉이 완료되면 청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영화가 개봉되면 의류·팬시·완구 등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하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 구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시나리오 각색 단계로, 개봉 시기는 당초 2020년으로 계획했던 것보다 2년 늦은 2022년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 현장 모습. (사진=김수식 기자)

 

캐릭터 사업하면 이랜드월드의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스파오’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12월 캐릭터 편집숍 ‘스파오프렌즈’를 론칭했다. 자체 캐릭터 사업을 강화하고 스파오의 강점인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상품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그동안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보여주다 스파오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 100평 규모 단독 샵으로 오픈했다.

이 편집숍에는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체통, 포토존 등 다양한 테마를 적용한 공간은 물론, 작은 카페가 마련됐다. 유명 캐릭터와 협업한 상품과 함께 ‘삼남매’, ‘치키리’ 등 스파오의 자체 캐릭터도 만날 수 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스파오의 '스파오프렌즈' 현장 모습. (사진=김수식 기자)

 

펭수 대박 냈지만…‘묻지마 캐릭터’는 금물

이렇듯 유통업계는 최근 캐릭터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이유는 뭘까.

일단은 캐릭터 산업이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독자적 산업 분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펭수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자 여러 기업들이 펭수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 펭수 상표권을 가진 EBS와 협업을 했는데, 내놓는 상품마다 큰 성공을 이뤘다. 이랜드월드의 경우 스파오에서 출시한 ‘2020 펭수 옷장 공개’가 3일만에 누적 판매량 3만장을 넘어 주목을 받았다. 동원F&B가 출시한 ‘남극펭귄참치’ 패키지도 인기다. ‘남극참치’ 5캔과 ‘펭수참치’ 1종으로 구성됐다.

광고 효과도 성공적이다. KGC인삼공사가 제작한 ‘펭수의 귀환’ 정관장 광고는 공개 5일 만에 유투브 조회 수 500만을 돌파했다. 광고 방영을 기념한 ‘펭수티콘(펭수+이모티콘)’ 만들기 이벤트도 약 40만건이 제작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LG생활건강은 섬유유연제 브랜드 ‘샤프란 아우라’의 신규 모델로 펭수를 발탁했다. 남극의청정 바다에서 살다 온 펭수와 바다 오염을 줄이기 위해 향기캡슐을 뺀 샤프란 아우라의 콘셉트를 접목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섬유유연제 브랜드 ‘샤프란 아우라’의 신규 모델로 발탁된 '펭수'. (사진=LG생활건강)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유통업계는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즉, 제2의 ‘카카오프렌즈’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캐릭터 스토어를 통해 고객들이 찾아오는 매장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고객들을 불러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캐릭터 매장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며 “캐릭터를 통해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한 번이라도 더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으나 구매로까지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실제로 한 소비자는 CNB에 “캐릭터 상품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캐릭터가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다. 펭수나 겨울왕국, 어벤져스, 해리 포터 같은 경우 유명한 만큼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구매하는 데 망설임이 없지만, 비인기 캐릭터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CNB=김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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