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바쁘다. 새해 첫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 대형마트, 백화점 들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물 꾸러미를 선보이고 있다. 명절 때면 나오는 비슷해 보이는 선물 보따리지만 막상 풀어보면 다르다. CNB가 달라진 유통가 풍경을 살펴봤다. (CNB=김수식 기자)
“나만의 개성” 소비패턴 크게 변해
착한소비·미닝아웃…가치상품 눈길
‘반려동물 선물세트’ 등 이색풍경도
이번 명절 선물세트는 ‘이색 상품’은 물론, ‘착한 소비’, ‘프리미엄’을 테마로 한 고객 맞춤형 상품이 돋보인다. 특히, 올해는 이색적인 상품들이 눈에 띈다.
이마트는 ‘소형 안마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소형 안마기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80% 성장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 또 원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마사지 할 수 있으면서, 다양한 기능성 제품들 출시로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라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가족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현지 숙소에서 과일바구니를 증정하는 ‘설날 스페셜 특전’, 여행용 폴딩백(각 점포 내 부스별 선착순 5명)을 제공하는 ‘설날 특별 사은품’ 등이 포함된 상품이다. 한효섭 홈플러스 제휴서비스사업팀장은 “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이번 연휴에 맞춰 유명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반려동물 선물을 준비했다. 반려동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상품과 함께 펫팸족을 위한 명절 맞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반려동물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반려동물 맞춤 한복’, ‘반려동물토이세트’, ‘반려동물 건강세트’ 등이 그것이다.
‘친환경’, ‘미닝아웃’(Meaning out, 자신의 가치관에 따르는 소비)을 반영한 선물세트도 있다.
갤러리아백화점(한화그룹)은 착한 소비 선물세트로 ‘환경보호’, ‘생명존중’, ‘공정한 세상’ 등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을 준비했다. 공정무역 거래 품목들로 구성한 ‘공정무역 카카오 세트와 커피 세트’, 환경보호 농법으로 제작한 ‘저탄소 샤인마스캇 세트’, ‘유기농 한우 세트’, 동물성 원료와 합성 보존료 등을 사용하지 않은 ‘비건 간편식 세트’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과일 선물세트 포장재를 모두 종이 소재로 바꾸는 ‘올 페이퍼(All Paper) 패키지’를 도입했다. 올해 전체 과일 선물세트의 30%에 종이 소재 ‘완충 받침’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모든 과일 선물세트에 적용한다. 또 버섯 등 7개 품목에 100% 사탕수수 섬유로 제작된 친환경 포장재로 만든 ‘종이박스’를 사용했다. 아울러 신선식품 배송 시 사용되는 포장재도 친환경 소재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2019년부터 지리산 순우한 한우와 협업해 친환경 농가 및 친환경 한우 두수를 확보,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소용량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 상품의 종류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번 설에는 ‘친환경 순우한 등심세트 1호’와 ‘친환경 순우한 냉장 맞춤세트 5호’ 등을 판매하고 있다.
프리미엄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상품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세계 3대 진미로 불리는 식자재 ‘트러플’을 선물세트로 내놓았다. 트러플은 ‘세계 3대 진미’, ‘땅 속의 다이아몬드’, ‘대지의 보석’으로 불리며, 서양 미식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나폴레옹이 즐겨 먹은 버섯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리미엄 선물을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해 백화점 업계에서 최초로 선보인 생(生)트러플 선물 세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소량 생산되는 고품질의 ‘부띠끄 와인’이 눈에 띈다. 이 와인은 신세계L&B ‘아트 앤 와인’의 세 번째 프로젝트 상품으로 미국 부띠끄 와인의 대명사 부켈라 와이너리의 ‘부켈라 까베르네 소비뇽 2016’ 레이블에 한국의 대표적인 단색화가 하종현 화백의 작품 ‘접합 07-09 (2007년작)’을 담았다. 부켈라 까베르네 소비뇽의 2016년 빈티지는 전 세계적으로 1만1000여병만 생산된다. 국내에서는 1300병이 한정 판매된다.
이처럼 예전에 비해 다양한 테마상품이 등장한 이유는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통업계에서 내놓은 명절 선물세트는 기존 인기 상품을 구성이나 품질면에서 ‘업그레이드(upgrade)’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갈수록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 풍조가 유통가에 확산되면서 세대·계층별로 차별화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전통적인 인기품목인 한우나 과일세트 등의 매출이 더 높은 것은 여전하다”면서도 “매번 같은 상품을 내놓기보다는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성향에 맞춰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