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그룹)가 최근 화제가 된 ‘못난이 감자’를 다시 판매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CNB 취재결과 확인됐다. 못난이 감자는 모양이 못생겨 판매할 수 없는 폐품 감자를 말한다. 이 감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씨의 부탁으로 이마트에서 판매해 대박이 난 바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이마트에서 이 감자를 다시볼 수 있을까. (CNB=김수식 기자)
정용진發 대박 난 ‘못난이 감자’
이마트 “당분간 그 감자 안판다”
업계 “광고 효과 봤는데…글쎄”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24일 CNB에 “못난이 감자를 다시 판매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농수산물 시장 상황을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앞서 이마트는 못난이 감자 30톤을 매입해 지난 13일부터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별도의 코너를 마련해 다른 소외된 지역특산물과 함께 판매했다. 못난이 감자의 경우 900g당 780원에 판매했는데 이는 일반감자의 3분의 1 정도 가격이다. 싼 가격 덕분에 이틀 만에 다 팔렸다.
챕터1, ‘못난이 감자’의 출연 배경
이마트가 이 감자를 팔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 12일 SBS ‘맛남의 광장’ 프로그램에서는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다뤘다. 방송에 출연한 감자 농가 농민들은 감자 풍작으로 인해 애써 키운 감자를 폐기처분해야하는 현실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서 방송에 출연한 백종원 씨가 정용진 부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구매를 부탁했다. 정 부회장은 즉석에서 흔쾌히 수락했다.
당시 방송에서 정 부회장은 “(감자를) 제값에 팔 수 있도록 해보겠다. 안 팔리면 본인이 다 먹겠다”고 말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정 부회장은 전국의 이마트 매장을 통해 무려 30톤에 이르는 감자를 즉시 보급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틀 만에 모든 이마트에서 못난이 감자가 완판됐다.
정 부회장의 ‘감자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송 이틀 뒤인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감자옹심이 사진을 한 장 올리고, ‘못난이 감자로 전 식구 감자옹심이를 해 먹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정 부회장을 ‘키다리아저씨’라고 부르며 그의 언행을 칭찬했다.
챕터2, ‘못난이 감자’를 못볼 가능성
하지만 소비자들은 앞으로 이마트에서 당분간 못난이 감자를 만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마트 측은 못난이 감자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마트 패션전문직 직원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주 조합원들이 못난이 감자 시판을 계기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이마트 노조는 지난 17일 “못난이 감자를 제값 받고 판매해준 것처럼 직원도 제값 받고 일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피켓시위를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못난이 감자가 제값에 모두 팔리면서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데 정작 이마트 노동자들은 기본급 81만2000원으로 못난이 감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시위를 벌였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의 반응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구체적인 계획을 말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농가의 우려 시선도 있다. 한 농업인은 CNB에 “방송과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져줘 참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못난이 감자가 주목을 받고, 가격까지 저렴해 지면서 정상품과 가격경쟁이 일어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챕터3, ‘못난이 감자’를 볼 가능성
반면 못난이 감자가 조만간 다시 판매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농민들의 입장도 잘 안다. 그렇지만 팔지 못하는 상품을 가져다 팔아 실물경제에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못난이 감자 시판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이마트가 못난이 감자를 팔 계획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의 문제일 뿐 재판매를 할 거로 생각한다. 광고 효과도 톡톡히 보지 않았나. 물론, 다음 판매 상품이 감자가 아닐 가능성은 있다”며 “업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버려지는 지역특산물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