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지혜가 영화 ‘호흡’의 개봉을 앞두고 촬영 중 겪었던 부조리들을 폭로했다.
윤지혜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감의 말씀을 전하게 됐다. 날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께 이런 소식을 드리게 돼 나도 무척 괴롭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경험들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털어 놓으려 한다. 내 신작을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는 말로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호흡’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선정된 작품이며, 제작비는 7000만원대였다”고 설명한 뒤 “이 정도로 초저예산으로 된 작업은 처음이었으며 힘들겠지만 그래도 초심자들에게 뭔가를 느끼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큰 착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달 간 밤낮으로 찍었는데 상식 밖의 문제들을 체험하게 됐다”며 “내가 맡은 캐릭터는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을 강요받는 캐릭터여서 그런 감정을 유지해야 했는데 현장 자체가 고통이 되자 내 연기인생 중 겪어보지못한, 겪어서는 안 될 각종 어처구니 없는 일들 속에서 극도의 미칠 것 같은 감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지혜는 권만기 감독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컷을 안하고 모니터 감상만하던 감독 때문에 안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주행중인 차에서 도로로 하차해야 했고, 요란한 경적소리를 내며 저를 피해가는 택시는 저를 미친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지하철에서 도둑 촬영하다 쫓겨났을 때 학생 영화라고 변명 후 정처없이 여기저기 도망다니며 이것 또한 재밌는 추억이 될듯 머쓱하게 서로 눈치만 보며 멀뚱거리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도 레디액션은 계속 외치더라. 그거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지”라며 “욕심만 많고 능력은 없지만 알량한 자존심만 있는 아마추어와의 작업이, 그것도 이런 캐릭터 연기를 그 속에서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짓인지,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뼈저리게 느꼈고 마지막 촬영날엔 어떠한 보람도 추억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영화는 불행포르노 그 자체”라며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요? 이 영화의 주인 행세를 하는 그들은 명작, 걸작, 수상한, 묵직한 이런 표현 쓸 자격조차 없습니다. 알량한 마케팅에 2차 농락도 당하기 싫다”고 했다.
한편,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호흡’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돼 뉴커런츠상과 KTH상을 받았으며, 제3회 마카오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윤지혜는 이 영화에서 12년 전 벌어진 유괴사건의 방관자로 평생을 죄책감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정주 역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