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일본발(發) 수출규제,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다 소비 침체, 기업실적 악화, 실업률 증가 등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이번 편은 3분기에 비교적 좋은 성적을 받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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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모레, 럭셔리 화장품 성장세
경기불황에도 비교적 양호한 성적
로드숍들은 중견 경쟁사들에 밀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이 함께 웃었다. 올해 3분기에 호실적을 보인 것.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년여 만에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 매출 1조5704억원, 영업이익 12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4%, 42.3%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올랐다. 1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5% 성장했다.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와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채널 재정비와 마케팅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회사 측은 평가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성과가 돋보인다. 매출은 1조4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075억원으로 41% 성장했다.
설화수, 헤라, 프리메라, 바이탈뷰티 등 ‘럭셔리 부문’이 효자였다. 면세와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매출 상승세를 보였다. 또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등 ‘프리미엄 부문’에서는 온라인과 멀티브랜드숍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려, 미쟝센, 해피바스 등 ‘데일리 뷰티 부문’은 디지털 마케팅 강화로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
‘설화수 자음생 아이 에센스 마스크’, ‘아이오페 더 비타민 C23 앰플’, ‘한율 갈색솔잎 안티에이징 앰플’ 등 신제품 출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2016년 당시만 해도 매출 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상승세였던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에는 2016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며 지속적인 부진에 빠졌었다. 하지만 이번 호실적으로 그간의 부진을 털어낸 모양새다.
LG생활건강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번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 전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오른 1조9649억원, 영업이익은 12.4% 성장한 3118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3분기에 비해 2.6% 증가한 2171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3분기 이후 56분기 연속 매출 증가, 2005년 1분기 이후 58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 기록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견인차는 화장품 사업이다. 이번 3분기에도 매출 1조1608억원, 영업이익 2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6%, 15.1%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시장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높은 수요에 ‘후’, ‘숨’, ‘오휘’ 등 다양한 브랜드로 대응하며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후는 국내외 주요 채널에서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이와 함께 숨의 초고가 라인인 ‘숨마’가 83%, 오휘의 최고급 라인인 ‘더 퍼스트’가 74% 성장하며 브랜드의 럭셔리 포지셔닝을 도왔다.
누계실적은 희비 엇갈려
올 한해 누계실적에서는 양사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LG생활건강은 올들어 꾸준히 선방한 결과,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계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3% 성장한 5조6721억원, 영업이익은 12.9% 증가한 9354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6544억원으로 10.7%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상반기 부진이 뼈아프다. 매출은 4조78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지만, 영업이익 4358억원, 당기순이익 3501억원으로 각각 18.3%, 11.8% 줄어들었다.
로드숍 부문에서는 두 회사 모두 마음이 편치 않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는 매장 감소가 이어지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떨어져 1301억원, 영업이익은 46% 줄어들어 79억원이다. 에뛰드는 디지털 중심의 사업 전략 재편으로 면세와 로드숍 매출은 399억원으로 16% 축소했으나 온라인 매출의 증가로 영업적자는 감소했다.
올해부터 매출 공개를 하지 않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6년 6498억원, 2017년 5473억원, 지난해 4976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804개로 2017년 1056개에 비해 252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두 회사의 실적을 보면 럭셔리 부문 의존도가 높다. 특히, 로드숍은 올리브영(CJ올리브네트웍스), 랄라블라(GS리테일), 시코르(신세계), 롭스(롯데) 등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라고 지적하면서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최근 다양한 전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 통합 매장인 ‘아리따움’을 ‘아리따움 라이브’로 전환하고,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LG생활건강 또한 더페이스샵 매장을 화장품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으로 리뉴얼해 운영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