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러시아 그림을 다룬다. 그중에서 18~20세기의 그림이 주 대상이다. 저자가 20여 년 동안 러시아에 살면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수백 번 드나들며 보고 느끼고 공부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설명하면서 기른 안목과 통찰을 담았다.
중세와 근대기의 러시아는 차르로 대표되는 전제군주의 폭압과 전쟁 등으로 민중들의 삶은 피폐했다. 지배계급의 착취 아래 민중들은 삶의 가혹한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했다. 변화와 개혁의 요구 속 결국 민중들은 혁명을 택했다. 화가들은 이런 민중들의 삶을 화폭에 옮겼고, 그것은 그대로 역사의 기록이 됐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에는 18~20세기 러시아의 역사와 사회상, 민중들이 감당해야 했던 혹독한 삶의 굴곡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그림은 가치가 없다.” 러시아 그림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사실주의다. 러시아 화가들은 민중의 눈과 귀가 돼 그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현실을 화폭에 담았다. 화가들은 현실 속 민중의 고통, 절규, 절망 등을 화폭에 담으면서, 또 한편으로 미래의 희망을 함께 그렸다.
러시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은 ‘무드 풍경화’, ‘리얼리즘 풍경화’ 또한 이 책에서 다룬다. 그림 하나하나가 가진 전체 메시지와 시대적 배경,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그림에 쓰인 소품 하나, 빛의 명암, 인물 방향, 옷차림 등 소소한 것들에서까지 그 의미를 추출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당대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상, 러시아의 전통 문화와 의식주 등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김희은 지음 / 2만 3000원 / 자유문고 펴냄 / 3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