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로운 천황(일왕) 즉위식을 앞두고 왕궁 중앙정원에 놓여진 거대한 둥근 수반(水盤)이 과거 임진왜란 시절 조선에서 약탈한 전리품인 것이 알려져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일본 언론 ‘뉴스포스트세븐’에 따르면, 22일 일왕 즉위식이 열리는 약 1450여평의 왕궁 중앙정원 남동쪽 모퉁이에는 거대한 둥근 수반이 있다.
수반은 마당 등 건축물의 주변에 배치하는 소품으로, 물을 가득 채워 경치를 빛내거나 시원함을 연출하는 데 사용된다. 문제의 수반은 왕궁 중앙정원을 둘러싼 하얀 대리석 받침대 위에 배치돼 있다.
최근 발간된 단행본 ‘마지막 비경 황궁의 걸음걸이’에서 일본 왕궁의 여러 수수께끼를 서술한 문필가이자 역사탐방가인 타케우치 마사히로는 이 수반을 “청동으로 만들어져 매우 역사가 있는 것”이라며 “과거 가토 기요마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헌상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토 기요마사는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섬기면서 1592년 임진왜란에 참전했다. 그가 조선에서 가져온 여러 전리품 중에 청동제 둥근 수반이 포함돼 있었고, 히데요시 사후 기요마사가 이에야스와의 권력 다툼에서 밀린 후 수반을 헌상했다는 것.
이후 수반은 메이지 시대 일본 왕궁의 궁중 연회장 중앙정원 중앙에 배치돼 분수로 활용됐으며, 태평양전쟁 중에는 미국 공군의 폭격으로 소실 위기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가 일본의 선봉장으로 한성에서도 주둔했던 것을 감안하면, 거대 청동 수반은 경복궁 등 조선 왕궁에서 약탈한 문화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