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박물관이 지난 5일 시민들로부터 독립운동가 서영해 선생과 관련된 유물과 송은 이병직 선생의 묵란도 1점을 기증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기증받은 서영해 선생 관련 유물들은 지난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 ‘서영해-파리의 꼬레앙, 유럽을 깨우다’에 전시됐던 유물이다. 지난 6월 전시가 끝난 뒤 그의 후손인 황순조 여사의 조카가 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기증된 유물은 서영해 선생이 직접 사용했던 1940년대 모델의 언더우드 타자기와 1948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언론교육훈련센터’에서 서 선생이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논문 43점이다.
수집 논문들은 서영해 선생이 직접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 서 선생이 파리에 있었던 일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줘 당시 행적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다.
또 익명의 시민 소장가에 의해 기증된 ‘송은 이병직 필 몽요소상도’는 김규진 선생의 영향을 받아 사군자 가운데 특히 죽과 난에 조예가 깊었던 이병직(1896~1973년) 선생의 묵란도다.
이병직 선생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내시 가운데 한 명이자 당시 유명한 부호, 대수장가다. 그는 서화이론뿐 아니라 서화감식에도 뛰어나 일제강점기 유일한 미술품 경매기관이었던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두 번의 경매회를 열 정도였다.
그림의 두인(頭印, 서화 우상단에 찍는 도장)에는 ‘윤집궐중(允執厥中, 하늘의 운수가 그대에게 있으니 중심을 잡아라)이라고 찍혀 있다. 화제는 몽요소상(夢繞瀟湘, 꿈에서 소상팔경을 둘러보다)이라고 적혀 있다.
이 그림은 당시 유행하던 묵란도의 다양한 양식적 특징을 갖추고 있어 근·현대기 서화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또 그동안 작품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병직 선생의 서화가로서의 면모를 밝힐 중요한 자료다.
송의정 부산박물관 관장은 “이번 기증과 함께 부산시민이 가정에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유물을 박물관에 기증함으로 많은 시민과 공유할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적극적인 문화재 기증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