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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100년-겨레와 함께한 기업⑤(끝)] 독립열사의 숭고한 뜻, ‘희망’이 되다

기업들 저마다 ‘역사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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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식기자 |  2019.05.06 07:56:24

독립열사들의 숭고한 뜻을 잇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GS리테일, SPC그룹, 스타벅스, 이마트24. (사진=각 사)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현실에도 아랑곳 않고 ‘해방의 마중물’이 된 기업인들이 있다. 소화제를 팔아 독립군 자금을 댄 동화약품 민강 사장, 직접 광복군이 된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 온 집안이 독립운동에 헌신한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일가, 일제에게 쫓기던 독립운동가를 도와준 구인회 LG 창업주 등 숱한 기업인이 목숨을 걸고 일제에 항거했다. 이에 CNB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이들의 숭고한 발자취를 연재해 왔다. 마지막 편은 독립열사들의 숭고한 뜻을 잇고 있는 지금의 기업들 이야기다. (CNB=김수식 기자)

마케팅과 연계해 ‘그날’ 기억
유공자 돕기·시설지원 등 다양
“생색내기냐” 오해받을땐 섭섭

 

관련기사: [겨레와 함께한 기업①] 대한제국의 자존심 ‘동화약품’

               [겨레와 함께한 기업②] 유일한 박사 독립정신 잇는 유한양행·유한킴벌리
               [겨레와 함께한 기업③] 창업주 일가의 민족정신 잇는 교보생명

               [겨레와 함께한 기업④] 민족정신에 뿌리 둔 윤리경영, LG그룹


‘3·1 운동’이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GS리테일과 SPC그룹, 농심은 독립유공자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GS리테일 브랜드인 GS25, GS수퍼마켓, GS프레시, 랄라블라 등은 빙그레, LG생활건강, 한국야쿠르트, 유한킴벌리 등 21개 협력 업체가 지정한 68개의 상품을 고객이 구입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기금을 모아 국가보훈처에 전달,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는데 쓰이게 할 예정이다.

SPC그룹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천안독립기념관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야제 행사 ‘100년의 봄’을 지원했다. 행사에 초청 받은 독립 유공자 유족과 관객 전원에게 파리바게뜨의 빵, 떡, 음료 등으로 구성한 제품 세트 1만개를 무료로 제공하고, 간이 판매처의 판매금액은 전액 독립유공자 단체인 ‘독립유공자유족회’에 전달했다.

 

농심 역시 3월 한 달간 안성탕면 판매금액의 3.1%를 국가유공자 복지와 보훈선양사업에 기부했다. 안성탕면과 해물안성탕면 멀티팩 포장 옆면에 3·1운동 100주년 기념 캠페인 문구를 넣은 한정판 패키지를 제작해 판매했다. 농심 관계자는 “안성탕면을 3.1절 기념 기부행사 제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경기도 안성이 3.1운동 3대 항쟁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당연한 일 하는 것”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GS25는 도시락 스티커를 제작해 부착했다.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일과 함께 국가보훈처로부터 전달 받은 임시정부 주요 인사 47인의 이름과 업적이 기록된 스티커다. 또 GS수퍼마켓, GS프레시와 독립운동 역사의 주요 연혁과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의 현충 시설 등이 안내된 브로마이드 8만7000개를 무료로 배포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는 ‘유관순 열사의 열정과 용기를 응원합니다’ 캠페인을 마련, 모든 도시락 제품, 이프레소 원두커피 컵, 생수 하루e리터 등에 태극 문양을 부착해 판매했다. 또 캠페인 기간 하루e리터 판매금액의 1%를 적립해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이벤트 참여 고객 1000명에게 ‘모나미 153 유관순 에디션’을 선착순으로 제공했다.

삼일절 10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인 곳도 있다. 스타벅스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주제로 디자인한 머그, 텀블러, 스타벅스 카드 등을 선보이고 상품 판매수익금 전액을 우리나라 문화유산 후원 기금으로 조성해 기부했다.

 

GS25(사진 왼쪽)는 역사 알리기 스티커를 제작해 모든 도시락에 부착했으며, 스타벅스는 무궁화를 주제로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각 사)

금융업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독립유공자유족회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번 기부금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 대한 관심을 전 국민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KEB하나은행에서 진행 중인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기부금 전달식에서 “독립운동가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독립운동가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그 후손들이 이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다시 부르는 여(女)옥사 8호실의 노래 : 대한이 살았다’의 음원 및 기념영상을 KB국민은행 홈페이지, 멜론 등을 통해 무료로 배포했다. 3.1운동 직후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실에 투옥되고도 옥중에서 만세운동을 펼친 7인의 여성 독립운동가들(김향화, 권애라, 신관빈, 심명철, 임명애, 어윤희, 유관순)이 지어 부른 노래로, 가사만 전해지다 이번에 선율을 재창작했다. 음악감독 정재일·가수 박정현·KB금융의 모델인 전 피겨스케이터 김연아가 참여했으며, 이들은 각각 작곡과 노래, 내레이션을 맡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숨은 애국’

남모르게 선행을 행한 기업인도 있다. 지난 2012년 문화재청이 일제에 빼앗긴 대한제국 공사관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숨은 역할이 컸던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국권 침탈이 목전에 닥친 1891년 조선왕조가 자금난 속에서도 거금 2만5000달러에 매입해 대한제국 시절 주미공사관으로 사용했으나 1910년 단돈 5달러에 일제의 소유가 됐고, 이후 10달러에 재매각 됐다는 얘기를 들은 정 회장은 약 6개월 동안 해외사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건물주를 설득, 매입 협상을 타결했다. 현대카드는 가계약 상태에서 정부와 집주인이 직접 계약 할 수 있도록 주선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수수료 3억원도 부담했다.

이 사연은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졌고, 정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을 밝혔다. 그는 “정부의 매입예산이 책정됐다는 사실을 건물주와 중간 에이전트들이 바로 알고 가격을 올리면서 매입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었다”며 “미국 네트워크가 있는 현대캐피탈이 사적으로 조용히 낮은 계약에 매입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한국 문화재청에 넘김으로써 우리나라 품에 돌아오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 주미공사관. (사진=문화재청)

이밖에 건축장식자재 전문기업인 LG하우시스는 충칭 임시정부 청사, 서재필기념관, 매헌 윤봉길기념관, 우당 이희영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관, 만해기념관, 도산 안창호기념관, 심산 김창숙기념관 등 국내외의 노후화된 독립운동 관련 시설을 무상으로 개보수해주고 있다.

‘역사 바로 알리기’ 선행돼야

이처럼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운동사(史)를 기념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 소비자는 CNB에 “삼일절의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다. 부끄럽지만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쉬는 날이라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애국 마케팅에 대해서도 “솔직히 보여주기 식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포스터를 붙여 놓아도 고객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독립운동 관련) 홍보상품이라고 해서 특별히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줘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당장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역사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행사도 더 활발해질 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양한 마케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역사와 관련된 행사는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행히 업계에선 이에 대한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어, 앞으로 좀 더 나은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NB=김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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