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6시 15분경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인근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부산시에 의해 철거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반발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와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14일 오후 2시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규탄대회를 연 데 이어 15일 오전 9시 부산시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노동자상 건립특위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 11일 오후 3시 문자를 통해 정부방침에 따른 행정대집행을 할 것을 예고했다가 다음 날인 12일 정오 무렵 노동자상 위치에 대한 공론화 제안이라며 대집행은 실수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그날 오후 3시경 정부관계자 3명이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지 순회 후 대책 회의를 진행해 시 관계자와 공문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 오후 6시 넘어 부산시가 기습적으로 행정대집행을 했다.
부산시의 기습적인 철거 제보를 받고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하 본부장 등 5명의 관계자가 현장에 달려갔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수백명과 크레인이 동원돼 강제적으로 철거해 갔다고 민주노총은 설명했다.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앞으로는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뒤에서 기습적으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강탈해 갔다. 1년 넘도록 떠돌던 노동자상이 이제 겨우 희망을 찾았는데 이럴 순 없다”며 “심지어 영사관 앞도 아니고 한참 떨어진 정발장군 동상 맞은편 쌈지공원이다. 자유한국당 서병수 부산시장 시절에도 이러지는 않았다”며 분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쟁범죄 사죄 배상을 않고 군사적 도발까지 저지르고 있는 일본과 ‘관계회복’을 운운하며 사이좋게 지내려는 친일적폐세력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부산시가 친일적폐인지 아닌지 앞으로 판가름 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11일 건립특위와 부산시 동구청은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노동자상을 인근 쌈지공원으로 옮기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시를 제외한 양자간의 협의로 노동자상 관련 결정을 한 것은 시의 입장으로선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부 방침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시는 당시 “노동자상 건립특위와 동구청은 노동자상을 정발장군 동상 인근 쌈지공원에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는 법률상 불법 조형물이기에 설치가 불가하다”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노동자상 건립특위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적·행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시의 불가피한 입장에 대해서도 이해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