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스포츠계에 종종 일어나는 폭력과 혹사 문제를 비롯해 최근 이슈로 떠오른 스포츠 불법 약물 사용, 스포츠계 성폭력이 비단 선수들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던져졌다.
25일 오후 4시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부산 초·중·고 야구부 선수를 대상으로 최동원 기념사업회와 부산시교육청이 공동주최한 스포츠 인권 특강이 열렸다.
이날 경남고와 부산정보고 등 부산지역 고교야구팀들과 중학야구, 초등야구 학생선수를 비롯해 각 학교 지도자와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부산 중구의회 김시영 의원, 박동희 해설위원, 강윤경 변호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강이 진행됐다.
이날 강의는 국가인권위원회 박성훈 조사관이 ‘스포츠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야구 SNS 플랫폼 ‘야구친구’ 유효상 대표의 ‘스포츠 학원계 담합, 폭력 대물림’에 대해, (재)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박주희 사무국장의 ‘도핑에 대한 주의점’을 주제로 진행됐다.
세 강사의 3색 강의는 주제가 다르듯 포커스도 조금씩 달랐다. 박성훈 조사관은 아직 미래가 창창한 학생선수들에게 성적만 가지지 말고 꿈을 가지고 운동하라고 조언했다. 또 유효상 대표는 스포츠 학원계 폭력은 어른들의 담합에 은폐 축소된 경우가 많은 점을 꼬집으며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욕심을 내려놓고 책임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또 박주희 사무국장은 공정하고 건강한 스포츠계를 위해 도핑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며 건강상 문제로 약을 먹다 걸리는 안타까운 경우를 방지하려면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각자 다른 포커스 속에서도 하나의 점을 이루는 메시지가 던져졌다. 학생 선수들이 성장하며 받는 여러 위협은 비단 어린 선수 하나만의 잘못이 아니라 지도자, 학부모, 교육청 등 관계있는 어른들 모두의 책임과 관심이 필요하단 것이었다.
맨 먼저 강의에 나선 박성훈 조사관은 스포츠 인권에 대해 소개를 하며 포문을 열었다. 최근에 수면에 떠오른 심석희 성폭행 사건과 안우진 고교시절 학교폭력 사건 등으로 스포츠 인권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가 스포츠 인권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고 박 조사관은 지적했다.
박 조사관은 “국가인권위에서 스포츠 인권을 오랜 기간 다루고 있었지만 스포츠와 인권하면 아직 모호하다. 대략 떠오르는게 학교폭력 등”이라며 “그러나 여러분이 선수생활을 오래 할 때 입단부터 은퇴까지 여러 모습이 담긴 게 스포츠 인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에 왜 스포츠 인권이 중요하고 스포츠인들이 왜 따라야 하는지 빼곡이 기록했다. 이를 따르는 스포츠 현장이 얼마나 있을까”라고 화두를 던지며 “대표적인 스포츠 폭력은 어떨 경우에 한 학생의 선수 생명을 끝낼 수 있다. 투수는 공을 던져야 하는데 폭력으로 팔을 다치거나 축구선수의 공을 찰 다리가 폭력으로 망가질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언론매체의 조사를 인용하며 대학생 선수 중 살면서 폭력 경험을 한 사람이 10명에 9명은 있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관은 “인권은 현실을 말하니 때론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 본인에게 문제가 됐을 때 결국 인권을 찾게 된다”며 스포츠 인권의 필요성을 전했다.
이와 함께 여성 선수의 운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성폭력도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어 스포츠 인권의 영역으로 선수 혹사를 강조했다.
박 조사관은 “국내 1회 최동원상 수상자가 양현종이었다. 그는 아마야구 시절 1지명을 받지 못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던지는 선수로 급부상했다”며 “여러분들의 어깨도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 2008년 학생선수 인권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당시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조사관에 이어 야구 SNS 플랫폼인 ‘야구친구’ 유효상 대표가 단에 올라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학원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 은폐·축소 및 담합, 폭력의 대물림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유효상 대표는 “운동부 내 학교폭력에 대한 은폐, 축소, 제보자 색출, 각서, 강요 등 이런 부분은 사회 기사를 말하는 것이 아닌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라고 입을 열었다.
유 대표는 “당시 서울에서 일어난 한 운동부 폭력 사건은 학폭위가 열렸는데 교내 봉사로 그쳤다”며 “그러나 학폭위는 교내 봉사를 내릴 순 없다. 학폭위를 연 이상 그에 합당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는 대학교에 진학할 때 지장이 안가는 게 교내 봉사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당시 문제 해결의 주축이 될 수 없었던 점도 설명했다. 교육청에서 권고사항을 내려도 사립학교는 그 권고를 따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 가해자로 알려진 학생도 제대로 된 바른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를 취재한 기자에게 가장 아쉬운 점을 물으니 가해자로 알려진 학생이 정당한 징계도 받지 못했고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하지 못했으며 대중들에게 자신이 반성하고 인정받을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유효상 대표는 스포츠 학원계 대대로 내려오는 폭력 코칭의 대물림 현상 및 선수 학습권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며 학생들을 보호하는 ‘어른들’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폭력을 행사한 코치는 이미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환경 속에서 학습을 해버렸다. 때리고 욕하고 겁박을 줘야만 이 선수가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는 잘못된 학습을 받아왔다”며 “지도자와 교육 관계자의 직업적 소명의식이 없다면 이런 일을 점점 더 생겨날 것이다. 이분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야구가 좋아서 한다’는 친구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재)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박주희 사무국장은 스포츠에서 도핑검사의 당위성과 건강과 공정성을 위한 금지약물 복용 근절, 건강식품 등 섭취 시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박주희 사무국장은 “스포츠에서 도핑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여럿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선수의 건강 때문”이라며 “공정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스포츠를 하기 위해 도핑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경기 중 심장마비로 숨진 사이클 선수를 예로 들었다.
박 사무국장은 프로스포츠에서 도핑에 걸린 선수를 예를 들며 “선수들은 모두 의도치 않게 먹은 약이라고 주장했다. 혹 의도치 않았더라도 모두 도핑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며 고의성이 없더라도 도핑 양성반응이 나오면 처벌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7년 SK와이번스 임석진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20살이었던 그는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그는 얼굴 피부 치료를 위해 한약을 먹은 게 양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박 사무국장은 “당시 임석진 선수는 38경기 출전정지를 받았다. 어쨌든 걸리면 책임을 져야하니 선수들은 약을 먹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며 “내 몸에서 나온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복용 당시 의사에게 꼭 성분을 물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선수들에게 체력을 더 보강하기 위해 먹는 식품을 먹을 때 도핑에 주의하기 위해 한국도핑방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꼭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박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스스로 약물과 거리를 멀리해야 하며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걸릴지 몰랐다고 말하면 선수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며 “체력 보충 및 건강 식품을 먹는 것도 경기의 일부분이니 꼭 확인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