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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유통공룡 vs 카드사, 승자 없는 치킨게임 “왜”

수수료분쟁 ‘2라운드’…눈감은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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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식기자 |  2019.03.28 09:06:18

국내 대형마트와 카드사가 수수료 인상 문제로 부딪혔다. 유통업계는 이달 1일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카드수수료를 인상, 통보했다며 반발에 나섰다. 온라인몰 강화, 정부 규제 등에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투명한 협상을 요구했다. 한편, 카드사 역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업계의 싸움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사진 왼쪽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실내 전경. (사진=김수식 기자)

유통가(家)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에는 카드수수료가 문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들은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가뜩이나 온라인몰에 밀리고 신규 출점 제한에 묶여 실적악화를 겪고 있어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둘의 싸움에 소비자가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B=김수식 기자)

◇ 유통공룡 vs 카드사, 부딪힌 배경은?

유통과 카드, 두 업계가 충돌했다. 카드수수료 인상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시장의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는 것)을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을 마련했다. 서민들에게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낮추고,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를 올려 받는 것이 골자다.

업종별 인상 수준은 ▲자동차 1.8%→1.9% ▲대형할인점 1.9~2.0%→2.1~2.2% ▲통신 1.8~1.9%→2.0~2.1% ▲항공 1.9%→2.1% 등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대형마트와 SSM에 0.1~0.3%p의 가맹점 수수료인상을 통보하고, 이달 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이 되었고, 수수료 인상의 근거도 애매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을 회원사로 보유한 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가맹점수수료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카드사에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로 투명한 협상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수수료 산정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가맹점에선 관련 비율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에 따른 수익 증대 등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요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사 간 과장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 부담을 일방적으로 가맹점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급성장하는 무점포소매점과 치열한 경쟁, 월 2회 의무휴업 등으로 유통업계가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카드사가 진정성 있는 협상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가맹점이 잘돼야 카드사도 잘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환경 변화와 경쟁 심화로 가맹점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트업계는 온라인 유통채널에 밀려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2015년 -3.2%, 2016년 -1.4%, 2017년 -0.1% 등 해마다 역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이마트 매장입구. (사진=김수식 기자)
한 홈플러스 실내 모습. (사진=김수식 기자)
한 롯데마트 내부 전경. (사진=김수식 기자)

양보할 수 없는 건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앞서 현대자동차와의 카드수수료 협상에서 ‘쓴맛’을 본 후라 더욱 그렇다.

당초 카드사는 현대차의 수수료율을 기존 약 1.8%에서 1.9% 후반대로 올리려 했으나 현대차는 계약해지 통보까지 하며 맞섰다. 결국 카드사가 백기를 들었다. 기존보다 0.04~0.05%p 인상하는데 그쳤다.

특히 카드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항공사, 통신사 등 대형 가맹점과도 협상을 해야 하기에 또 하나의 선례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양측 고래 싸움, 소비자에 불똥

이렇듯 두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현재처럼 오른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대형마트 관계자는 CNB에 “지금처럼 카드수수료가 오른 상태대로 간다면 카드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같은 혜택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마트에선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과 동시에 수익 창출을 이뤄왔다”며 “지금처럼 카드수수료가 올라간다면 물건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치킨게임’ 계속하기 힘들어

하지만 이대로 평행선을 달리 경우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유통업계의 경우 대부분의 결제가 카드로 이뤄지는데, 이때 카드 사용 시 제공되는 각종 프로모션은 소비자가 유통채널을 선택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유통업체가 현대차처럼 계약해지와 같은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거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자취를 하는 강명희(가명·34세)씨는 “대형마트에서 나오는 포인트를 모아 사용하는 게 쏠쏠했다. 이런 혜택이 없어지면 물건을 사러 굳이 밖으로 나가기보단 가격도 싸고 편한 온라인을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과 카드사 간의 협업관계가 단절되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을 떠나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유통사들이 카드사와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카드사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카드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소비활동에 가장 나은 상품이다.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카드 홍보 시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제공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만약 이번 분쟁으로 대형마트들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면 카드소비자를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이 사라지게 된다.

주부 김인선(가명·32세)씨는 “주로 집에서 가까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데 이때 꼭 살피는 게 그 곳에서 어떤 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은 지다. 그렇다 보니 카드를 만들 때도 이를 꼼꼼하게 살핀다”고 전했다.

 

국내 카드사. (사진=연합뉴스)

◇ 금융당국, 미지근한 태도

상황이 이러함에도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한 대형가맹점에 대해 형사고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필요하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대형가맹점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수수료율 개편은 영세가맹점 등 수수료율 혜택을 받는 대상에 대해서만 당국이 개입하고 나머지 가맹점들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시장 판단에 맡긴다는 게 큰 방향”이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CNB=김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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