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강남클럽 버닝썬 폭행 피해자인 김상교씨 관련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위법한 현행범 체포와 미란다원칙 고지 및 의료조치가 미흡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19일 밝혔다.
인권위의 발표 대로라면 경찰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거짓’이 되는 부분이 많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인권위 판단은 김상교씨의 어머니가 진정함에 따라 이뤄졌다.
김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24일 피해자가 강남클럽 버닝썬 앞에서 클럽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112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체포와 이송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얼굴에 피가 나고 갈비뼈 등을 다쳤으나 지구대에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12월23일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발표에 따르면 경찰관들은 진정인이 흥분해 클럽직원들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들고 경찰관들에게도 시비를 걸어서 피해자에게 진정하라고 여러 차례 말하고, 계속 행패를 부릴 경우 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될 수 있음을 경고했는데, 피해자가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아 체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112신고사건처리표, 현행범인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cctv영상, 경찰관들의 바디캠 영상 등을 조사한 결과 ▲경찰관들이 피해자와 클럽 직원간의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하차하여 제지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클럽 직원들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신고내용을 청취하면서 2차 말다툼이 발생한 부분 ▲신고자의 피해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거나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하였고 ▲피해자의 항의에 대하여 경찰관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하였던 부분은 신속한 현장 조치와 2차적인 사고위험을 예방해야 하는 관점에서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피해자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한 차례 욕설을 하였으나, 경찰관이 작성한 현행범인 체포서에는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하였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하였다. 피해자가 폭행 가해자를 폭행했다’고 기재되어 있는 등 현행범인 체포서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피해자가 112에 폭행 피해를 당하였다고 신고한 후 경찰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출동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클럽 직원의 진술에 따라 피해자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112 신고자인 피해자에게 진정하라고 몇 차례 말한 사실이 있으나,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과정이 없었고, 피해자가 한 차례 욕설을 하며 약 20초간 경찰관에게 항의하자 피해자를 갑자기 바닥에 넘어뜨려 현장 도착 후 3분 만에 체포한 것으로, 이는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 측은 “피해자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 등을 어지럽히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상황, 피해자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하였던 사정, 나아가 현장 상황에 대한 경찰관의 재량을 상당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으로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현행범 체포 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고,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을, 해당 경찰서장에게 사건 당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하여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