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신형항공기 ‘737맥스8’이 잇따라 추락 사고를 내면서, 해당 기종을 이미 운영 중이거나 도입할 예정인 일부 항공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CNB=김수식 기자)
운항중단 따른 막대한 손실에도
계약취소 등 강력조치는 못내놔
보잉사 대책 나오기만 학수고대
‘737맥스8’이 5개월 사이 두 번이나 사고를 내자 세계 각국의 항공당국 및 항공사는 사고 기종의 운항 중단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지난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이륙 6분 만에 추락했으며,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이륙 13분 만에 추락했다. 당시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전원 사망했다.
이에 737맥스8 기종 두 대를 운영 중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13일부터에 해당 기종의 중단했다. 철저한 사전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또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에 대해 긴급비행안전지시를 발령했으며, 15일까지 정비·조종분야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기종을 국내 취항 중인 에티오피아항공에 대해서도 항공기 정비실태 및 안전기준 준수 여부 등의 감독을 강화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목소리도 운항 중단에 한 몫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스타항공 내 게시판에 ‘737맥스8 사고 원인 규명 시까지 운항 중지 요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소속 기장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지난 두 건의 추락 사고에 대해 “이륙 직후 저고도에서 발생한 유사한 원인으로 추정 된다”고 밝혔다. 또 “맥스에 대한 안전운항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며 “원인규명이 될 때까지 운항 중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글이 공개되자 ‘찬성’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국내 다른 항공사들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 해당 기종 도입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대한항공은 올해 6월 6대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30대를 들여온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6월부터 연말까지 4대를 포함해 2021년까지 총 10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제주항공은 오는 2022부터 5년간 최대 50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안에 4대를 추가해 총 6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NB에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선 운항을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보잉사도 신뢰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입장”이라며 “정확한 사고원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37맥스8의 안전이 완벽히 확보되기 전까지는 운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보잉 측이 안전 확보 조치를 마련할 때까지 해당 기종이 투입될 예정인 노선은 타 기종으로 대체해 운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유럽, 중동,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등 여러 나라가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737맥스는 안전하다”고 고집했던 미국도 뒤늦게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다.
13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미국민과 모든 사람의 안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737맥스8 기종 대해 운항중단을 지시했다. 동종 모델인 737맥스9 기종의 운항도 함께 중단 조치했다.
가장 많은 해당 기종을 가진 캐나다도 동참했다. 마치 가노 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새로운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예방조치로 안전조치를 취했다”면서 737 맥스8과 맥스9 기종의 이착륙과 캐나다 영공통과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리 항공당국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항공사들에게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섰지만, 이에 비해 우리는 아직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는 상태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지의 국민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두고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문제의 키를 미국이 쥐고 있는 만큼 외교적 문제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