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옥환기자 | 2018.12.11 14:04:46
“지금까지 가슴에 묻고만 살았는데 이렇게 명예 졸업장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1988년 학생운동 중 희생된 부산대생 故양영진 열사의 누나 양해순(56)씨는 지난 8월 부산대 2018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장에서 동생의 명예학사학위증을 받아들고 내내 눈물을 흘려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졸업식 이후 3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10일 오전, 양해순씨는 동생 故양영진 열사의 모교인 부산대를 찾아 감사의 뜻과 함께 발전기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양해순씨는 “너무 늦진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영진이가 꿈꿨던 민주주의를 위해 그 뜻을 이어가고 싶다”며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젊음을 바친 우리 영진이를 모교와 우리 사회가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금 1000만원을 전하며 10.16 부마민주항쟁의 발원지인 부산대학교에서 추진하는 부마민주항쟁 관련 기념사업 등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양해순씨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가입해 활동해온 어머니 정봉순(91)씨를 대신해 양영진 열사의 기록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대 전호환 총장은 “내년은 부산대에서 부마항쟁이 촉발된 지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우리 대학과 구성원, 수많은 시민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양 열사와 민주화 인사들의 고귀한 뜻을 기억하며 그 정신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감사와 위로를 전했다.
경남 함양군 출신인 故양영진 열사는 어린 시절 부산으로 온 뒤 동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부산대 인문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학생운동을 하면서도 시창작 활동 등 문학운동에 매진한 그는 국문학과 학술부장, 문학동아리 ‘귀성’ 회장을 역임하고 문학 동아리연합 ‘부대문학’을 기획했다.
한편 그는 1988년 봄, 군사정권의 대학생 군사훈련의 일환인 ‘전방 입소 교육’ 거부 투쟁을 벌였고 잇달아 8월에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입대 후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그는 그해 10월 10일 부산대 재료관 건물 5층에서 독재와 외세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생을 마감했다.
故양영진 열사는 민주화 성지인 광주광역시 망월동 5.18옛묘지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됐으며 지난 2001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 운동관련 희생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생애 100여편의 유고시를 남겼으며 ‘故양영진 추모사업회’는 이를 모아 지난 1988년 11월 1일 ‘식민의 땅에 들불이 되어(민족해방열사 故양영진 추모집)’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