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비오 신부 명예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열린 첫 재판에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자 광주지방법원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어떻게 회고록을 출판했냐며 다음 재판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전두환 전 대통령 변호인은 지난 2013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기 전에 이미 회고록을 준비한 상태였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증세가 심각해져 1년 전에 집필을 서둘러 마쳤다는 것. 그러면서 전 전 대통령 측은 남은 재판에도 출석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는 10월 1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출간된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전 전 대통령 회고록은 12·12 군사쿠데타, 5·18 광주항쟁 등 한국근대정치사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담겨져 논란이 일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0년 간 일기와 개인 기록, 대통령 재임 중 만들어진 각종 기록물, 대통령 퇴임 후 5·18특별법에 따른 검찰의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을 토대로 자서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회고록 분량은 20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고록은 이순자 여사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전 전 대통령 아들 전재국씨가 소유한 자작나무숲에서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두환 측의 알츠하이머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 씨가 대통령을 지낸 시절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지낸 민정기 씨가 “회고록은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병으로 법정 출석이 불가능했다는 전 씨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지만, 전 씨 회고록 발간에 있어서는 신뢰도 자체를 떨어뜨리는 모습이다.
민 씨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전 씨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 결과를 받았다”면서 “그 전부터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회고록은 어떻게 썼느냐에 대한 질문에 민 씨는 “2000년부터 구술 녹취가 이뤄졌고, (전 씨가) 2013년 말 내지는 2014년 무렵 저를 찾아 ‘이제부터는 민 비서관이 완성하라’고 지시하셨다”고 답했다.
민 씨는 이어 “이후 내가 책임지고 원고를 완성했다”며 “퇴고 과정에서 전 대통령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