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이 등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 등에 의하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에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 측이 이팔성 전 회장이 지난 2008년 1~5월 작성한 비망록을 공개했다. 이 비망록은 무려 41쪽에 달한다.
이팔성 전 회장은 2008년 통의동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 등을 의논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금 더 기다리라고 얘기했다는 것.
이 비망록에는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주고, 인사청탁이 이뤄지지 않자 ‘파렴치한 인간들’이라고 비판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등에서는 이팔성 전 회장의 비망록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비즈니스맨 MB의 낯부끄러운 실패한 장사’라는 제목의 서면 브리핑을 발표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의 매관매직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진술이 나왔다”며 “2008년 1월~5월 사이 작성한 41장 분량의 비망록 사본이 이 전 대통령 재판에서 공개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뇌물은 현금 22억5000만원과 1230만원어치 양복, 약속받은 자리는 모두 3가지로 금융위원장 또는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이었다”며 “일찍이 비즈니스맨으로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하다고 정평이 나있던 MB였으니, 이 전 회장으로서는 ‘기브’에 대한 ‘테이크’가 없는 상황에 MB에 대한 배신감, 증오감, MB와 인연을 끊겠다는 다짐 등이 빼곡히 비망록을 채운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받은 뇌물이 모두 얼마나 될 것이며, 뇌물로 소위 뱃지를 달게 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실로 어처구니없는 것은 국민”이라며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오는 이명박 정부의 온갖 금권비리, 박근혜 정부의 온갖 권력농단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폭염과도 같이 피로함을 가중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년간의 적폐를 1~2년 만에 어찌 해소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께서도 결코 지치지 않고 적폐 청산의 마지막 그날까지 힘을 내주시길 당부 드린다”며 “정부 여당도 끝까지 지켜볼 것임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