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에서 30여 년간 의료행위를 해 온 의료법인 서구 의료재단(이사장 박상욱, 45) 여수성심병원이 지난 20일 내부 전상망에 ‘휴업공고’를 한 후 23일부터 일부 관리직원을 제외한 의료진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휴업을 명령하고 모든 진료를 중단할 것을 공표했다.

이러한 과정이 모든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수시민과 병원 관계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의료법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업을 1개월 이상 휴업하려면 법인 결의서가 포함된 휴업 신고서를 관할 시장에게 제출해야하며, 휴업 신고예정일 14일 전까지 환자 및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이러한 사항을 기재한 안내문을 각각 게시해야 하며. 입원 환자의 경우 휴업 신고예정일 30일 전까지 환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직접 안내문의 내용을 알려야 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수성심병원을 운영하는 서구의료재단은 의료법상 의무사항인 어떠한 공고도 하지 않았고, 여수시장에게 휴업신고도 하지 않은 채 마음대로 진료를 중단해 신장투석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범시민대책위는 23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들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병원 측이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재단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휴업을 결정해 공표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범시민대책위는 “의료진들은 이사장의 일방적 휴업명령에도 불구하고 23일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해 진료를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범시민대책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범시민대책위는 “성심병원이 진료를 중단하면서 만성신부전 환자(신장투석) 치료 중인 55명의 환자를 비롯해 수많은 입원 환자가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됐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여수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방치하고 있다"고 여수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또 범시민대책위는 "성심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휴업 신고서를 시장에게 제출하는 등 휴업에 따른 절차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출・입 명세를 비롯한 재산 관계 등을 찾아 위법이 판단 될 경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수성심병원은 휴업공고와 동시에 입원환자 타 병원으로 전원 및 외래 진료를 끝내면서 종합병원으로서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보훈지정병원의 역할도 사라지면서 월남참전전우회 등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진료도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병원관계자는 "만선신부전환자 55명의 혈액 투석을 종료하고 사내게시판에 휴업 예정에 대해 공지 했다"며 "향후 6개월간 휴업하고 체불 임금은 7~8월 중 분할해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여수시 관계자는 "휴업 신고서가 아직 접수되지 않은 만큼 관련 서류를 검토 한 후 즉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여수성심병원 노동조합은 24일 오전 11시 병원 앞에서 휴업사태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