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학자들이 각자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인간 본성과 불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최근 연애 트렌드를 이야기한다. 책은 ‘연애와 결혼이 별개’라고 인식된 지 이미 오래됐으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자리 잡고,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수의 30퍼센트에 육박하는 현실을 짚는다.

특히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인간이 다른 사랑에 빠지는 것’은 ‘본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이(윤리적 문제와는 별개로) 눈길을 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동물과는 달리 ‘언어’를 쓰고 ‘본능’과 다른 대척점에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치, 경제, 역사, 사회 전반에 걸쳐 ‘본능’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

“계급투쟁이나 전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그것을 증명하듯이 불륜의 유구한 역사도 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자신도 새로운 사랑을 꿈꾸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더욱더 유명 인사의 불륜 스캔들에 광분하는 대중 심리, 각 영역의 학자들이 제시하는 재미있는 심리 현상과 동물 세계의 경이로운 현상들. ‘불륜’이라는 통속적인 주제를 지식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보여주는 이런 점들은 이 책의 관독(讀) 포인트다.

가메야마 사나에 외 8인 지음 / 1만 2500원 / 동양북스 펴냄 /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