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에서 모델이 ‘혼술족’을 위한 ‘잭다니엘 미니어처 양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유통업계가 역대 최장 기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분주하다. 특히 올해는 ‘나홀로’ 추석 명절을 보내는 ‘혼추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CNB가 달라진 유통업계 추석 풍경을 들여다봤다. (CNB=김유림 기자)
1인가구 급증…유통업계 新메뉴 주력
편의점·백화점, 혼추족 마케팅 ‘후끈’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 씁쓸한 세태
우리 사회의 가구 유형이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를 지속해 ‘1인 가구’로 넘어가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동거가 더 이상 전형적인 가구의 형태가 아닌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 비중은 2015년 32.3%에 달했지만, 2045년에는 15.9%까지 낮아진다. 대가족으로 분류할 수 있는 3세대 이상 가구는 2015년 5.4%에서 2045년 2.9%까지 감소한다.
반면 전체가구 대비 1인가구 비중은 2015년 27.2%(518만 가구)에서 2045년 36.3%(809만8000 가구)로 대폭 상승한다. 이에 따라 30년 뒤에는 17개 시도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구 유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홀로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혼밥족’, ‘혼술족’의 트렌드가 생겨난 데 이어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결혼적령기가 지나서 친인척의 잔소리를 꺼리거나, 영화관람·게임 등 바쁜 일상 속에서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황금연휴를 혼자서 보내고 싶어한다.
이처럼 명절의 풍속도가 바뀌면서 유통업계 역시 ‘혼추족’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간단한 요리조차 귀찮아하는 혼추족을 위해 명절 음식을 담은 도시락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GS25와 CU의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이 전년 추석 대비 각각 580%, 1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 추석기간 도시락 매출이 전년 보다 55% 늘었다.
이에 GS25는 올해 역시 추석을 맞아 9월 2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전국 점포에서 ‘2017년 추석도시락’을 판매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명절 도시락은 한가위 도시락과 추석반상 도시락 등 2종이다. 추석반상 도시락은 올해 수확한 햅쌀로 지은 밥과 양념 갈비구이, 4가지 산적, 불고기, 쭈꾸미 제육볶음, 명태식혜, 나물 3종, 송편을 고루 담았다. 한가위 도시락에는 갈비구이 대신 쭈꾸미 제육볶음이 들었고, 불고기와 산적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이 ‘혼추족’이 증가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선보인 ‘명절음식 DIY 세트’. (사진=CNB포토뱅크)
세븐일레븐은 이달 초 ‘전주식한상도시락’을 선보였다. 전주의 푸짐한 한상차림을 그대로 담은 콘셉트로, 구절판 모양 용기에 버섯우엉밥과 고추장불고기, 간장불고기, 동그랑땡, 오미산적 등 8가지 반찬을 담았다.
CU는 지난 설에 이어 한정판 횡성 한우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인다. 올해 설에 선보인 횡성한우 프리미엄 간편식은 애초 2개월 물량으로 예상하고 재료를 준비했으나 출시 약 보름 만에 완판된 바 있다.
유통업계는 혼밥족을 타깃으로 한 ‘가정간편식’ 선물세트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간편요리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혼밥 양념불고기 선물세트(2.0kg)’와 ‘노르웨이 연어 3종 구이세트(1.2kg)’를 판매한다. 집에서 홀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명절 선물세트로 가정간편식 ‘한우갈비찜’을 판매한다.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전조리된 제품이다. 현대백화점은 한우갈비찜 외 30여종의 간편식 선물세트를 추가로 준비했다. 연어를 손질해 양념을 가미한 ‘시즈닝 한끼 생선 마일드 세트’, 수산물 간편식 제품을 혼합한 ‘어부의 밥상 명품어찬 혼합세트’ 등 한 끼 분량의 소포장 상품도 첫 선을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올 추석 프리미엄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활용해 ‘비비고 가정식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즉석조리식품인 사골곰탕, 육개장, 설렁탕 등 비비고 제품 6개를 담았다.
동원F&B는 가정간편식 제품을 활용해 이색 선물세트 2종을 내놓았다. 죽 제품인 ‘양반죽’을 6개 담은 양반죽 선물세트와 간편 안주캔 브랜드 ‘동원포차’ 제품과 소주잔으로 구성한 동원포차 선물세트다. 사조해표는 참치를 원형 캔 대신 파우치로 소포장한 참치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60g 크기로 한번에 먹기 편한 ‘더 맛있는 사조참치’ 제품을 40봉 담아 사조 파우치 세트로 구성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추석을 지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음식점의 혼술·혼밥족 코너에서 한 여성이 음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혼자 먹고 노는 게 평범한 세상”
‘혼술족’을 위한 전통주 안주 세트부터 수입맥주 세트까지 소용량 주류 선물 세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설 처음으로 수입맥주 선물세트를 출시한 이마트는 이번 추석에는 총 12종을 내놓는다. 이마트는 올 추석 수입맥주 선물세트 매출 목표를 작년 설보다 30% 이상 높여 잡았으며, 모두 5만원 이하로 구성했다. 벨기에 수도원에서 만든 트라피스트 맥주와 전용 잔으로 구성된 트라피스트 선물세트를 비롯해 미국의 밸라스트 포인트 스컬핀 선물세트, 스페인의 이네딧담 선물세트 등을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혼자서도 부담 없이 양주를 마실 수 있는 소용량 주류 선물 세트를 마련했다.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세트(200ml*2병입), 조니워커 블랙/레드라벨 세트(200ml*2병입), 잭다니엘 미니어처 세트(50ml*5병입), 위스키 미니어처 세트(발렌타인 17년산 50ml+로얄 살루트 21년산 50ml+시바스리갈 12년산 50ml)를 판매한다.
맥주 애호가를 위한 수입맥주 전용잔 선물세트도 마련했다. 벨기에 수도원 맥주로 잘 알려진 ‘트라피스트 로쉐포르 전용잔 세트와 서빙고맥주 전용잔 세트, 미국의 수제맥주 전문 양조장에서 생산한 ’샘스에일 전용잔 세트’를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소포장 전통주, 안주세트 등을 선보였다. 술방 미니어처 세트는 문배주, 명인안동소주, 이강주, 감홍로, 진도홍주 등 5가지 전통주를 125㎖ 병에 담아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술방 과실주 미니세트는 사과주와 오미자주, 복분자주 등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전통주로 구성했다. 안주 세트로는 영준목장 수제 치즈 선물세트, 고메 프리미엄 세트 등 치즈와 육가공품 등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전통주들을 혼자 먹기 좋은 크기로 출시한 미니어처 세트.
특급호텔은 아예 나홀로 욜로족을 겨냥한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랜드 켄싱턴 스타 호텔은 선선한 날씨에 혼자서 여행을 즐기는 고객을 위해 ‘1인 여행 패키지’를 선보인다. 객실 1박, 조식 뷔페 1인, 비틀즈 뮤지엄 라운지 애비로드 이용권으로 구성됐다. 라운지에서는 기네스 생맥주 중 2잔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조식은 한식부터 양식까지 총 50여 가지의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롯데 시티 호텔 제주는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기프트 포 미 패키지를 선보인다. 이그제큐티브 마운틴 룸 1박과, 조식 1인, 야외 온수 풀, 피트니스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김포 롯데몰 무료 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그랜드 힐튼 서울은 선선한 가을에 딱 맞는 북(Book)과 맥주(Beer)가 만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1인 북맥 패키지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싱글즈 패키지,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은 안락한 객실에서의 1박과 취미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는 1인 패키지를 준비했다.
긴 연휴 기간 식당을 찾는 혼밥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외식 업계 대부분 추석 당일 전후로 1~2일 쉬고 나머지 기간에는 정상 영업을 할 계획이다. 실제로 계절밥상과 빕스의 경우 올해 설 연휴 평소 대비 20~30% 고객수가 증가했다.
이에 빕스와 계절밥상을 운영하는 CJ푸드빌, 애슐리와 자연별곡을 운영하는 이랜드,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 등은 매장별 추석 연휴 영업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다. 방문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혼밥과 혼술, 혼행 등 혼자서 먹고 노는 문화가 대중화된 세상이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는 1인 가구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등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돈을 쓰고, 아끼지 않는다. 이미 유통업을 뒤흔들 정도로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명절 마케팅 역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