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집단 민원이 계속되는 TV홈쇼핑을 상대로 내년 불공정행위에 대한 집중점검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TV홈쇼핑 업계의 만연한 ‘갑질 관행’을 향한 정부의 칼날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연이어 강력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7일 ‘TV홈쇼핑사들의 방송법 금지행위 위반 시정명령’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납품 회사가 제조한 ‘인서트 영상’에 대한 홈쇼핑 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다.
인서트 영상이란 제조사가 상품 홍보용으로 자체 제작한 짧은 영상이다. 홈쇼핑 소속 호스트 나레이션 등을 제외하고 제품 정보만 전달한다.
하지만 그동안 중소납품업체들은 홈쇼핑과 계약을 맺을 때 영상에 대한 권리나 저작권료를 보호받을 수 없었다. 계약서에 ‘인서트 영상’과 관련된 약관 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달 말 7개 홈쇼핑방송사업자 (롯데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아임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에 제재 사전 예고 통지서를 보냈으며, 행정제재 수위는 ‘시정명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TV홈쇼핑 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시사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달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 발표를 통해 내년 TV홈쇼핑 업체에 대한 대대적 직권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역시 핵심은 대기업 홈쇼핑의 ‘갑질’이다.
그러나 TV홈쇼핑사의 갑질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는 지난 2015년에도 이뤄졌다.
당시 롯데홈쇼핑과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까지 국내 6개 TV 홈쇼핑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총 143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적발된 갑질 행위는 다양했다. 홈쇼핑 기업들은 정산하면서 당초 합의된 계약을 임의로 변경해 더 많은 판매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겼다. 또 납품업체에 사은품과 무이자 할부 수수료, 모델 출연료, ARS 할인비용을 전가했으며, 심지어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채 방송을 내보낸 후 재고 부담까지 떠 안겼다.
특히 TV홈쇼핑들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수수료를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의 중소기업, 대기업 수수료율은 각각 29.0%, 24.6%였다.
이중 ‘롯데홈쇼핑’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각각 37.9%, 30.4%의 수수료율을 책정해 가장 큰 차이를 나타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홈쇼핑 홍보팀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발표한 내용은 정액수수료가 제외된 수치다. 정액과 정률수수료를 모두 포함하면 조금 다른 수치가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동반성장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중소업체들은 이번 공정위와 방통위의 제재를 홈쇼핑 업계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TV홈쇼핑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재는 ‘방송 퇴출’이다. 하지만 홈쇼핑 기업의 방송 승인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갑질로 처벌받은 CJ오쇼핑과 GS홈쇼핑 모두 2020년까지 재승인 심사를 통과시켰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몇 년 임직원들의 대규모 납품 비리를 시작으로 채널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드러나 행정 처분까지 받았다. 게다가 로비 의혹으로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받은 오명을 썼지만, 업계의 예상을 깨고 유효기간 3년의 재승인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V홈쇼핑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때문에 홈쇼핑이 공정위나 방통위 소관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