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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아픈 손가락(下)] ‘신성장 드럭스토어’ 롯데·신세계 체면 구긴 이유

6년새 6배나 덩치 커졌지만…양대 강자 고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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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8.01 09:04:18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드럭스토어’ 시장을 두고 유통기업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산업은 내수를 떠받치는 중심축이며, 소비자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다. 한국은 ‘유통맞수’라고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가 양분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슈퍼, 호텔, 면세점,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에서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통공룡들도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사업에서는 고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CNB가 두 차례에 걸쳐 이유를 분석해봤다. 상(上)편에서 편의점 분야를 다룬데 이어, 이번에는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드럭스토어 시장을 조명했다. (CNB=김유림 기자)  


CJ·GS, H&B시장 ‘양강 체제’ 구축 
뒤차 탄 롯데·신세계, 적자 못 면해 
가성비·소비트렌드 등 변수 고려해야

한국형 드럭스토어 H&B숍(헬스앤뷰티숍) 분야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실속 소비가 확산되면서 유통공룡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난 2010년 20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2016년에는 1조2000억원으로 6배나 급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매년 30~40% 정도 성장해 향후 5년 내 3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 10여년 간 가파르게 성장 해온 편의점 업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김유림 기자)


국내에서는 1999년 처음 문을 연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과 2005년 들어온 GS리테일의 ‘왓슨스’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올리브영을 통해 사상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해 이목을 끌었다. 

앞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한국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유통망이 필요하다고 판단, 전폭적인 투자를 강행하며 국내 최초로 드럭스토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 드럭스토어 개념초자 생소했기 때문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유통업계가 가장 군침을 흘리는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올리브영은 H&B숍 시장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를 차지하고 있다. 

CJ와 GS의 양강 구도 속에서 롯데와 신세계 역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10년 이상 늦게 출발한 탓에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 드럭스토어 ‘롭스’ 홍대점 전경. (사진=김유림 기자)


롯데의 ‘롭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에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개발한 토종 브랜드다. 2013년 5월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1호점을 낸 후 2014년 30개에서 2015년 53개, 현재 전국에 90여곳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아직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시장 진입 초기인 만큼 적자 상황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과  GS왓슨스 역시 초기에는 적자를 겪었다. 

신세계는 롯데보다 더 사정이 좋지 않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노브랜드와 피코크, 스타필드 등 유통업계의 마이다스 손이라 불리며 주도한 사업 대부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지만, H&B숍만큼은 아킬레스건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세계표 드럭드토어 ‘분스’를 접고 외국계 브랜드 ‘부츠’를 들여와 재도전한다. 사진은 부츠 스타필드 하남점 전경. (사진=김유림 기자)


앞서 정 부회장은 2012년 자체 브랜드 ‘분스(BOONS)’를 내놓았지만,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전국 7개 매장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결국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해 자체 브랜드를 포기하고, 외국계 드럭스토어와 손을 잡았다. 신세계의 유통 간판인 이마트를 앞세워 지난해 7월 연매출 145조원의 글로벌 유통그룹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것. 
 
WBA는 130년 전통의 영국 드럭스토어 ‘부츠’를 전세계 11개국에 1만3100여개 점포를 운영하며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5월 스타필드 하남 1층에 한국 부츠 1호점의 문을 열었고, 현재 2호점 강남점과 3호점 부산센텀시티점을 각각 오픈해 운영 중이다.

롤모델 없이 의욕만 앞서

이처럼 한국의 유통을 대표하는 두 그룹이 유독 드럭스토어 사업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업에는 선발주자의 성공과 실패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엔지니어나 마케팅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애플을 창업했고,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 역시 애플이라는 롤모델을 통해 성공 방정식을 찾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SNS에 “이것저것 찍어바르며 연구 중”이라며 게시한 사진. (사진=정용진 회장 SNS 캡처)


국내 H&B숍 업계는 아직 20년도 되지 않았고, 선발주자인 CJ는 맨몸으로 뛰어들어 아직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척 중이다. GS는 홍콩에 본사를 둔 AS왓슨스의 글로벌 노하우를 전수받아 사업 초기 점유율 확대를 안정적으로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제대로 된 롤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빨리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투자를 강행한 결과 고전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두 그룹이 외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에만 치중하다 ‘트렌드’를 놓쳤다는 분석도 있다. 

롭스는 폴라초이스, 돌리윙크, 빠이요, 크리니끄 등 해외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입점시켰다. 부츠 역시 영국 현지의 베스트 셀러 제품을 대거 들여와 주요 품목으로 판매 중이다. 

▲CJ올리브영 MD와 중소기업 관계자가 품평회 자리에서 상담하고 있는 모습. (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중인 외국 브랜드는 여러 단계의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유통사 및 소매업자의 마진까지 붙어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 

실례로 부츠 영국 현지 가격이 9.95유로(약 1만2000원)인 넘버세븐의 립스틱이 한국 매장에서는 2만원, 9유로(약 1만1000원)인 립스틱은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외에 비해 터무니없게 높은 가격은 국외로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과 직구족이 급증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으며, 한국 고객만 ‘호갱’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 올리브영은 국내 중소기업의 가성비 좋은 제품을 발굴하는데 치중했다. 스마트컨슈머가 늘어나면서 브랜드와 상관없이 화장품의 성분을 비교하고, SNS 입소문으로 구매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그 결과 SK-II, 로레알 등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메이저 화장품 기업이 독식했던 뷰티시장에 이름도 생소한 중소 브랜드들이 대거 소개됐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웠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동대문과 명동상권의 올리브영 매장에는 한국의 뷰티상품 구매에 관심이 많은 유커들로 북적일 정도다. 

▲올리브영은 명동거리에만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올리브영, 네이버지도 캡처)


게다가 드럭스토어는 양사가 기존에 운영해오던 유통매장과 다르게 부가적으로 들어갈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도 간과했다. 편의점은 가맹점주가 임대료와 인건비를 내고, 백화점은 입점 브랜드들에게 수수료와 임대료를 거둬들인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H&B숍 매장은 90~100% 직영점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임대료와 공과금, 직원채용 등 본사가 사업 초창기에 투입해야 할 돈이 상당하다. 또한 동네단위로 있는 대형마트와 다르게 명동과 홍대, 이태원 등 주요 타깃층이 모여있는 노른자위에 중복적으로 4~5개 점포를 출점하면서 천문학적인 권리금과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드럭스토어는 기존 대기업 유통 채널에서 적용되던 규제에서 자유로운 한편, 화장품과 주전부리는 기본이고 애견용품, 음향기기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드럭스토어 매출이 백화점을 제칠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때문에 롯데와 신세계는 생존 위기 속에서도 당분간 적자 경영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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