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즌2'가 방송된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대부분이 "누가 보냐" 했다. 시즌1이 아이오아이 멤버를 탄생시키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 그리고 남자 연습생들이 우글우글 대는 프로그램을 굳이 찾아보겠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송이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꿈을 향한 열정을 가진 연습생들의 열정이 예뻤다. '악마의 편집' 논란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 꿋꿋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연습생들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이 가운데 뉴이스트로 데뷔했던 김종현, 강동호, 최민기, 황민현도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특히 김종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전설의 무대라 꼽히는 '쏘리쏘리' 무대의 방송에서도 김종현은 파트가 거의 없었다.
'쏘리쏘리' 무대를 꾸릴 당시 리더십이 부각됐는데, 처음엔 "방송을 잘 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에서 센터에 서는 게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삐딱한 의심의 시선을 가졌던 터라 연습 과정 또한 의심을 갖고 봤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김종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무대가 '겁'이었다. 김종현은 이 무대에서 "사실 난 겁이 많아" "데뷔했던 놈이 나와서 반칙이라고 손가락질 많이 당했어" "진짜 미치겠어, 내게도 이게 마지막" "하지만 날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등 진솔한 가사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저런 연습생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쏘리소리' 1인 직캠을 찾아봤다. 그리고 그때가 입덕 순간이었다. 김종현은 실력이 없는 게 아니었다. 춤 소화력이 뛰어났고, 무대 위에서의 장악력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센터로 나서기 보다는 주요 파트를 같은 팀 멤버들에게 나눠주면서 그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인 또한 욕심이 있었을 터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방송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처절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프로듀스 101'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눈에 띄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선의의 경쟁이 중요하다. 좋은 무대를 꾸리면서도 자신의 존재 또한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점에서 김종현은 바보 같았다.
한 예로 '네버'는 팬들 사이 열광과 아쉬움을 남긴 무대였다. 옹성우, 이대휘, 김재환, 황민현, 라이관린, 박우진, 그리고 김종현까지 멤버들의 호흡이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았던 사람들 사이 "김종현 분량 실화냐"는 말이 돌았다. 방송에서 확인된 무대에서 김종현은 센터 자리에 고작 4초 섰고, 파트 또한 매우 적었다. '겁' 무대를 본 뒤 김종현의 목소리에 매력을 느낀 터라 더 많은 매력을 보고 싶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던 무대였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현대 사회는 경쟁을 강조한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경쟁을 배운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학교 2017'에는 "요즘 세상에 친구가 어디 있냐, 다 경쟁자지" 하는 대사가 나왔다. 아이들은 성적 순으로 줄이 세워지고, 그에 따라 꿈을 이룰 수 있는지 평가를 받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보다 성적이 잘 나오기 위해 견제를 해야 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에서도 경쟁은 이어진다.
그래서 과거의 명언이 현재에 와서는 뒤틀어졌다. '헌신하다 헌신짝 된다'는 식으로,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오히려 '미련하다'는 취급을 받는다. 믿었던 사람에게 '나 몰라라' 뒤통수를 맞는 일도 허다하다. '요령 있게'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자기계발서들도 쏟아져 나온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건 미련한 개미가 아닌 요령 있는 베짱이.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함께'를 강조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우선시 되면서 혼밥, 혼술 등 1인 위주의 삶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 이르게 됐다.
이 세태에서 보자면 김종현은 바보였다. 항상 임하는 무대마다 "전설로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 분량은 챙기지 못했다.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이뤘지만 결과적으로 워너원 멤버에는 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친구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세상에서 다른 이를 위해 '배려'하고 '희생'하는 건 바보 같은 일로 여겨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경쟁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졌고, 하물며 밥을 먹을 때도 줄을 서고, 다른 테이블보다 음식이 늦게 나오는지 견제할 정도로 날이 세워졌다.
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여타 연습생들, 또 방송 관계자들 사이 나오는 인터뷰를 보면 김종현은 참 한결 같았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연습하고, 항상 주위를 챙기고, 솔직하며,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 또 그러면서도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었다.
방송에서도 좋은 영향을 보여줬다. '쏘리쏘리' 조에서 김종현과 호흡을 맞췄던 강다니엘과 옹성우는 이후에 다른 팀에서 리더를 맡아 활약했다. 강다니엘은 "리더는 귀찮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종현을 보고 나도 남을 위해 희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다니엘은 처음이라 어설프지만 점점 성장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고, 옹성우는 "나는 혼날 땐 같이 혼나고 싶다"고 당당하게 리더로서의 생각을 밝히며 팀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각자 색깔은 다를지라도 팀을 위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방송은 끝이 났지만 아직도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김종현이 속한 뉴이스트는 유닛 뉴이스트W로 25일 오는 25일 스페셜 싱글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종현은 참 희한한 친구다. 희생하는 사람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희한했다. 그리고 동시에 희생과 배려가 갈수록 무색해지는 사회에서, 이런 친구들이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잘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바로 '호구'가 아닌 '히어로'로.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