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를 기반으로 한 톨스토이의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 한 편의 이야기로, 교육 수준이 낮은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 쓴 짧고도 교훈적인 우화다. 19세기 러시아 시골이 배경이지만 이야기는 시간을 초월해 현재에도 적용된다.
책은 “가난한 소작농이 자신의 땅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는 욕망에 굴복해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과거로부터 지속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짚는다. 다소 철학적인 이 우화를 재료로, 마르탱 베롱은 시나리오 작가의 능력을 발휘해 현실감 있게 각색, 사실적인 대화와 생동감 넘치는 터치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그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무척 고심했다고 한다. 영지 관리인과의 갈등을 희화한 꿈 장면이나 눈길을 뚫고 바시키르로 향하는 급박한 여정, 땅을 차지하기 위해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는 장면에서의 연출이 특히 눈길을 끈다.
톨스토이 원작, 마르탱 베롱 지음, 김미정 옮김 / 1만 3000원 / 북스힐 펴냄 / 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