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다. 16일 생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을 보고 든 생각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최종 멤버들이 결정됐다. 1위에 오른 강다니엘을 비롯해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이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로 뽑혔다. 이에 관해서 중간순위 공개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날 방송의 주인공은 무대에 대한 꿈을 꾸는 최종 20명의 연습생이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방송은 최종 11인에 뽑힌 연습생들을 제외하고 탈락의 아쉬움을 가진 연습생들을 병풍으로 만들었다.
방송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청됐다. 시즌1에서 탄생한 아이오아이 멤버들을 비롯해 트레이너들, 먼저 탈락했던 연습생들, 방송을 보러 온 방청객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방송은 트레이너들과 아이오아이 멤버들, 탈락한 연습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11인에 오른 연습생들의 소감 또한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일하게 입을 떼지 못한 친구들이 바로 최종 11인의 문턱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이다.
방송은 지루할 정도로 루즈하게 진행됐다. 사람들이 흔히 연말 시상식 방송을 지루하다고 하는데, 이건 오히려 스피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미리 편집된 방송을 송출하는 것 외에 진행된 11인 최종 선발식은 무려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1명의 연습생을 호명하는 데에만 거의 10분이 소요됐고, 이에 따라 정적이 이어지는 장면이 숱하게 나왔다. 보아는 "이제 뜸들이지 않고 발표하겠다"고 대본을 읽었지만, 여기에도 제작진의 큐 사인을 기다리느라 몇 분을 더 기다리는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저 정적 시간을 그동안 고생한 연습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사용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난주 예고 방송에서 나왔던 연습생들의 에피소드 장면들도 정작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종현의 생일 몰카로 알려진 영상은 방송이 아닌, 온라인 영상으로만 앞서 찾아볼 수 있었다.
잔인하기는 했지만 그나마 마지막 11위 후보에 올랐던 정세운, 김종현, 강동호는 방송에서 잠시나마 입이라도 뗄 수 있었다. 여기에도 들지 못한 김사무엘, 주학년, 안형섭, 임영민, 최민기, 유선호는 방송에 떨고 있는 모습만 포착됐을 뿐,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힘든 2시간이다. 그런데 탈락의 기로에서 계속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는 않을까 기대하고 또 불안해 하며 입술을 깨무는 어린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몸뿐 아니라 정신적 피로감 또한 상당해 보였다.
탈락이 결정되고 나서도 방송은 고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아쉬움과 씁쓸함, 그리고 11인 안에 든 친구들을 축하하는 감정이 뒤섞인 표정 관리를 애써 하는 모습을 클로즈업만 계속 해댔다. 잔인했다. 탈락한 연습생들은 방송이 끝나고 개인 SNS 등을 통해 소감을 전해야 했다.
지금까지 고생해 온 연습생들을 떠나 보내는 무대에서 무엇보다도 그들에 대한 격려와, 앞으로의 길을 축복하는 자리가 필요한 게 바로 마지막 방송이었다. 그런데 방송은 이들의 꿈을 철저히 외면하고 병풍 역할을 시켰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 가사에서 탈락을 한 연습생들은 그저 들러리라는 걸까. 좀 더 연습생들의 입장, 그리고 팬들의 입장을 생각해줄 수는 없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방송은 끝이 났다. 하지만 이제 연습생들의 꿈은 시작이다. 부디 앞으로는 이 연습생들의 앞길에 꽃길이 가득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