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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품격'의 가벼움…단어의 이용과 행실 사이

이명박과 유승민, 이경재, 문재인 대통령의 '품격'의 이해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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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경석기자 |  2017.06.07 09:16:58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제62회 현충일인 6일 오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공상 군경 병실을 방문해 서광원 씨의 경례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품격(品格)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다. 여기서 품성(稟性)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질을, 인격(人格)은 사람의 됨됨이를 말한다. 결국 품격은 개인의 행실은 물론 조상의 역사까지 평가를 받는, 무겁게 사용해야할 단어 중 하나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환갑을 넘긴 최호식 회장이 20대 여직원에게 술을 먹인 뒤 가슴과 성기를 만지고, 호텔까지 데리고 갔다는 것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여직원이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수사는 진행될 전망이다. 60년 이상 쌓아온 인격과, 그의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은 수치를 면하지 못하게 됐다. 최호식 회장의 개인적 일탈이 인격을 넘어 '품격'을 훼손한 것이다. 

거의 같은 시점에 또다른 한 사람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수행했던 이규철 변호사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변호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이규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특검팀에 합류해 특검보로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400억 원대 급여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신동빈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이규철 변호사가 특검팀에 있을 당시 롯데와 관련된 수사 내용도 확인했다는 점에서 여론은 우호적이지는 않다. 

'품격'을 말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빼놓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때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놀랄 만큼 높아졌다'고 거듭 자랑했다. "국제사회에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의견을 묻는다"고 했고, "우리가 의견을 제시했을 때 국제사회가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여론은 높아진 '국격'에 대한 수긍보다는 내곡동 비리, 측근 비리 등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품격'은 말이 아닌 행실이라는 점을 일깨워준 셈이다. 

품격과는 무관한 듯 '멘탈갑'의 진수를 보여주는 인물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압권이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시절 포털 실시간 검색어로 '홍준표 돼지흥분제', '홍준표 성폭력', '홍준표 강간미수', '홍준표 돼지발정제', '홍준표 성범죄' 등이 등장했다. 홍준표 후보가 2005년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 중 홍 후보가 대학 1학년 당시 하숙집 친구의 부탁으로 돼지 발정제를 구해줬고, 친구가 야유회에서 여학생에게 먹이고 강간 하려고 했으나 여학생이 일어나면서 이는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 발단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은 '즉각 사퇴'를 요구했으나 홍 후보는 오히려 '빅데이터상 지표가 두 배 이상 올랐다'는 여유를 보이며 '멘탈갑'의 면모를 과시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45년 전의 일'이라고 적극 변호했다. 품격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는 여론의 비난으로 이어졌다. 

반면 여성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10년 전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깊이 반성한다'는 탁현민 행정관의 10년 만의 사과는 목이 마르니 비로소 우물을 파는 격"이라고 논평해 큰 차이를 보였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정유라 씨를 보호하는데 '품격'을 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경재 변호사는 정유라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대한민국 국격'을 언급하며 구속수사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살인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간첩도 아니다. 대부분 엄마(최순실)가 했는데 그 딸까지 구속해서 재판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역만리에 두 살 배기 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도 나라가 고려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 등 개인 및 가족의 일탈을 대한민국의 품격과 병치하는 절대신공을 발휘했고, 정유라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물론 '품격'이 오용되고 있지만은 않다. '품격'이라는 단어의 무게감과 사회적 의미는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재조명됐다.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보수의 품격'을 기치로 내세우며 막말 논란을 빚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바른정당은 '정의, 자유, 평등, 법치가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것'을 보수의 가치로 설정했고, '시민들이 함께 공공선을 추구하는 세상'과 '온 국민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실천 목표로 제시했다. 대선 기간 TV토론회 등을 통해 진정서 있는 토론 태도로 '품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바른정당은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수 주도권 경쟁 관계인 자유한국당과 정당 지지율이 동률을 이루고, 대구·경북(TK)에서는 한국당을 오차범위에서 앞서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5월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004명 대상, 신뢰수준 95%±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8%로 한국당과 동일했다. 특히 TK 지지율만 놓고 보면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22%로, 한국당(18%)을 오차범위에서 앞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는 '품격'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다.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다. 항일의병부터 광복군까지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의 신념이 태극기에 새겨졌다"면서 "살이 찢기고 손발톱이 뽑혀나가면서도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조국을 버리지 않았다. 독립운동가를 키우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굳건하게 살아냈다"며 "그것이 애국"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한민국의 품격은 애국정신의 품성과 국가를 위한 개인의 헌신과 인격의 조합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반면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과거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경재 변호사가 정유라 씨를 변호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품격'을 이용한 것은 이 단어가 갖는 무게감을 오인한 것이고,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결과인 셈이다. 이는 '품격의 가벼움'의 결과는 아닐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품격은 개인은 물론 그가 속한 가족과 가문, 공동체에 대한 총합적 평가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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