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대표 맞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새해 들어 롯데의 신동빈 부회장과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의 자존심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두 기업은 유통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아울렛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업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올해는 경쟁 전선이 넓혀지며 곳곳에서 정면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과연 누가 울고 누가 웃을까. (CNB=김유림 기자)
양사 서울·수도권 곳곳 대격돌
인천터미널 ‘적과의 동침’ 될판
충돌 피하며 ‘윈윈’ 할 길 없나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승부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대척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면세점 경쟁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5월 숙원사업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을 오픈하면서 명동에서 독주하고 있던 롯데면세점에 제동을 걸었다. 새해 벽두에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폐점한 월드타워점의 문을 다시 열었고, 신세계면세점은 센트럴시티점을 새롭게 확보하며 ‘강남권’으로 전선이 넓혀졌다.
수도권 서북지역에서는 롯데마트와 이마트(신세계) 간의 혈전이 예고됐다.
양사는 절대적 강자가 없는 서울 은평,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복합몰을 세우며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신세계는 이마트 은평점을 통해 인구 50만명에 달하는 은평구 상권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롯데가 지난해 12월 4.1km 거리에 ‘롯데몰 은평’의 문을 열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수행원들과 함께 롯데몰 은평점을 둘러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롯데몰 은평점은 서북 상권 최초의 복합쇼핑몰이다. 지하 2층 지상 9층에 연면적은 16만㎡(4만8400여평)로 축구장(7140㎡)의 22배 규모다.
쇼핑몰, 마트, 시네마, 키즈파크 등이 들어서있으며, 옥상에는 미니축구장인 풋살장을 비롯해 실내수영장, 스크린야구장, 농구장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을 갖추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롯데몰 은평을 방문해 1시간 가량 꼼꼼하게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신세계는 이마트 은평점을 찾던 고객들을 롯데몰에 뺏기고 있다. 체험형 공간이 적은 이마트 은평점에 비해 매장 절반에 가까운 공간이 ‘즐길 수 있는 장소’으로 구성된 롯데의 전략이 고객 유치에 주효했다는 평이다.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한 이발관에서 이발 중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정용진 부회장 SNS)
그러자 정용진 부회장은 롯데몰 은평에서 불과 2.6km 떨어진 곳에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으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100일 만에 74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할 정도로 정 부회장이 공을 들였다. 이런 점에서 올해 3월 준공 예정인 스타필드 고양이 롯데를 긴장시키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은 연면적 36만4400㎡(11만300평), 지하 2층∼지상 6층으로 조성된다.
신동빈 vs 정용진, 자존심 대결 ‘팽팽’
롯데와 신세계는 백화점 분야에서도 뺏고 뺏기는 충돌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터미널 상권에서의 충돌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1997년부터 인천시로부터 인천터미널 건물을 빌려 사용해왔다. 신세계의 증축 전 매장인 4만7000㎡의 계약기간은 2017년까지, 2012년 1450억원을 투자해 증축한 1만7000㎡ 매장과 야외 주차장, 주차타워 등의 계약은 2031년 종료된다.
하지만 2013년 1월 재정난을 겪던 인천시는 신세계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포함한 인천터미널을 매물로 내놨고, 롯데쇼핑이 9000억원에 사들였다. 롯데 측은 이곳에 복합쇼핑몰 ‘롯데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올 연말 계약이 만료되는 신세계 측의 4만7000㎡ 부지에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가칭)을 오픈 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과 남구 종합터미널 전경. (사진=연합뉴스)
멀쩡하게 운영하던 백화점을 하루아침에 롯데에 넘길 위기에 처한 신세계는 이에 맞서 매각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하지만 만일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 인천터미널 면적 중 4분의 3은 롯데가 사용하고 나머지는 신세계가 쓰는 한 지붕 아래 ‘적과의 동침’이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상고심이 대법에 계류된 상황이기 때문에 판결이 나와 봐야 영업 중단 여부와 대응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중심부 곳곳에서도 양사 간의 대격전이 예고돼 있다.
인천에서의 수모를 설욕하기 위해 신세계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노리고 있다.
▲올 연말 영등포역 민자역사의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서울 영등포역은 1987년 민자역사로 개발된 뒤 정부로부터 롯데가 위탁 운영해오고 있으며,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점은 1991년 문을 열었다. 매출 규모는 전국 롯데백화점 점포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알짜 점포지만, 올해 12월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영등포역점 입찰 준비에 들어갔다. 만약 신세계가 차지하게 된다면 이마트 트레이더스, 일렉트로마트, 메종티시아 등 전문 매장을 입점시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역사는 올해까지 한화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2004년부터 롯데마트에 재임대 해준 상태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공항철도와 연결되는 서울역에 위치해있어, 중국인관광객들이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 식품과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해 춘제 기간 서울역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6.9% 급증했다. 그 덕에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전체 점포 매출 중 2위(지난해 기준)로 올라섰다.
신세계는 약 5km 떨어진 곳에 이마트 용산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탐날 수밖에 없다. 높은 매출뿐만 아니라 매년 늘어나는 중국인관광객들에게 기업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민자역사 사상 점용 기간 만료가 도래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지만, 올해는 넘기지 않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등포역사와 서울역사의 운영 방식을 검토하기 위해 외부 용역을 맡긴 상태”라며 “현행대로 민간기업이 영업 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국가로 귀속시켜 비영리적 형태로 운영할지 등을 결정해 올 연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