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문화예술 발전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현대차 뮤지엄 페스티벌.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단연 ‘메세나(Mecenat·문화예술을 통한 사회 기여)’의 최강자다.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기업의 면모답게 전 세계와 교류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계 유명 예술가들과 함께 지구촌을 ‘사람의 향기’로 물들이고 있는 현대차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CNB=선명규 기자)
“브랜드에 ‘재즈’를 입히다”
현대자동차의 문화·예술 지원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영역의 제한’이다.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를 누비며 후원 활동을 펼친다.
현대차의 메세나 출발지는 국내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전시장 ‘현대 모터스튜디오’다. 이곳은 자동차의 경쾌한 엔진음 말고도 감미로운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즈가 울려 퍼지는 진원지는 ‘시그니처 콘서트’다. 현대차는 매년 고객을 초청해 재즈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담긴 장소에서 펼쳐지는 공연인 만큼 아티스트 선정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포문은 재즈계 ‘드림팀’이 끊었다. 지난 2015년 열린 ‘시그니처 콘서트’의 첫 무대는 재즈 드러머 빌리 킨슨, 재즈 기타리스트 잭 리,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장식했다. 각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이들은 환상의 하모니로 관객들을 매료했다. 같은 해 말에는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네이든 이스트가 두 번째 주자로 나서 감동의 무대를 이어갔다.
올해 열린 세 번째 콘서트에는 아시아에 재즈 열풍을 일으킨 보사노바 뮤즈 리사 오노와 퓨전 재즈기타의 거장 리 릿나워가 세계 최초로 합동 공연을 펼쳐 큰 관심을 모았다. 역사적인 컬래버레이션 무대에 현대차는 초청 규모를 이전 400여명에서 1000명으로 대폭 늘리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국내 기성 및 신진 작가들에게 최대 10년, 총 120억원의 후원을 약속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열린 현대차 뮤지엄 페스티벌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인생과 자동차는 하나다”
최근 명사와 관객이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한 현대차는 고객과 명사의 만남을 주선해 소통할 수 있는 ‘휴먼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첫 ‘휴먼 라이브러리’에서는 웹툰 작가이자 요리사인 김풍씨가 고객 30명과 만났다. ‘자동차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일’, ‘이 시대가 원하는 일, 재미, 성공’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놓고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진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1월에는 2003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에서 역대 최연소로 정상에 오른 폴 바셋이 명사로 나섰다. 폴 바셋은 바리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인생 철학 등을 들려주고, 집에서 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올해의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선정된 김수자씨는 고유한 시각이 담긴 '마음의 기하학'이라는 작품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한국 미술의 잠재력 일깨우다”
현대차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013년, 현대차가 국립현대미술관과 협력해 2023년까지 10년간 총 120억원을 후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0년 이상의 장기 후원이면서 금액 또한 사상 최고였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대대적인 지원과 함께 국내 미술계 발전을 위한 확실한 로드맵을 세웠다. 세계적인 역량을 확보한 기성 작가의 개인 전시 지원, 기성 및 신진 작가의 창작지원부터 전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국내 중진작가 개인전 개최에 10년간 90억원을 후원키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매년 1명의 작가를 선정해 최대 9억원을 투입, 최고 수준의 전시회를 열어주겠다는 것.
전시에 그치지 않고 해당 작품의 도서 발간, 세계적인 평론가를 초청해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기획단계부터 글로벌 홍보까지 도맡겠다고 나섰다. 최종 목표는 단 하나, 해당 작가가 세계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첫 번째 수혜 작가는 지난 2014년 ‘현대차 시리즈’ 프로젝트로 소개된 설치미술가 ‘이불’이다. 이불 작가는 대형설치미술의 대가로 알려졌으나 국내에서는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시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지원을 계기로 대형설치미술이라는 장르를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현대차 시리즈’의 후발주자로 나선 개념 미술 작가 안규철, 현대 미술작가 김수자 작가는 철학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진가를 인정받았다.
기성작가 뿐 아니라 신진작가나 유망 작가를 위한 지원도 놓치지 않았다. 이들에게 10년간 총 30억원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내 ‘갤러리 아트 존’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주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을 시작으로 글로벌 문화예술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국경 초월한 이웃사랑, 현대차호(號)의 쾌속 여정”
현대차의 글로벌 지원 첫 무대는 영국이었다. 지난 2014년 현대차호는 국내를 떠나 런던에 처음으로 닻을 내렸다. 현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과 2025년까지 11년간 독점 지원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것이 글로벌 행보의 첫 걸음이었다.
이후 두 단체는 ‘현대 커미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작가 1명을 선정해 설치작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전시회가 진행되는 장소는 테이트 모던의 심장인 특별전시관 터바인홀. 이곳은 5층 높이의 미술관 전체를 연결하는 초대형 전시실이다.
다음 행선지는 미국이었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 미국 서부지역의 최대 규모 미술관 LA카운티미술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LA카운티미술관은 지난 1965년 북미예술의 중심지인 뉴욕에 맞서겠다는 목표 아래 설립된 ‘LA과학역사박물관’이 모태다. 50여년의 역사 속에 현재는 매년 120만명이 찾는 지역 대표 미술관으로 성장했다. 기술,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한 작품을 주로 선보여 신문화를 창조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현대차호가 세 번째로 향한 곳은 네덜란드였다. 올해 6월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과 3년 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지원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 미술관 멀티가이드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도입됐고, 이후 순차적으로 미술관 안내 책자와 웹사이트에도 해당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반 고흐 미술관’은 후기 인상파 거장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세계 최다인 700여점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200여만 명이 찾는 필수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CNB=선명규 기자)